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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역전의 용사

[머니위크]은퇴, 그 후의 삶..삼성장군에서 교수 변신 서경석 장군

머니투데이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입력 : 2008.08.28 12:45|조회 : 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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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풍채가 예사롭지 않다. 떡 벌어진 어깨, 곧은 자세 그리고 엄하면서도 당당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카리스마. 별다를 것 없는 까만색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그는 어디로 보나 영락없는 '군인'의 모습 그대로다.

나는 언제나 역전의 용사
서경석(66) 장군은 스물을 갓 넘어서부터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저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까해서 시작한 군대 생활이 지난 1999년 중장으로 예편할 때까지 무려 35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그 사이 그는 베트남 월남전에 참전해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육군 대학의 교관으로 장교들에게 병법에 대한 강의를 도맡기도 했다. 다양한 군대 경험이 발판이 되어 일반 장교 출신으로는 드물게 능력을 인정 받아 삼성장군이 되는 명예를 얻기도 했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 온 그가 군복을 벗은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10년 동안 그는 '군인'이 아닌 '교수님'으로 살았다. 오랜 군대생활과 참전 경험을 살려 고려대학교에서 '전쟁과 국가' '지도자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엄격하게만 느껴지는 장군님이 강의하는 수업이 어떨까 싶어 살짝 물어보자 "내 강의? 최고 인기 강의지. 학생들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어느새 그의 표정도 딱딱한 군인의 표정을 벗고 인자한 교수님의 표정으로 변해있는 듯 하다.

◆필기하지 말고 마음에 담아라

커피장군. 학교에서 학생들이 서 장군을 부르는 별명이다.

서 장군의 교양과목은 고려대학교 최고의 인기강의 중 하나다. 한번에 400명이 들어가는 큰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붙들고 강의를 해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다. 그 큰 강의실을 이용하는데도 매 학기마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한 학생들이 몰려들어 피터지는(?) 강의등록 전쟁이 벌어진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 장군의 강의가 이토록 많은 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그의 별명과도 무관치 않다.

400명에 달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하다보면 아무리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라해도 그 많은 학생을 한번에 통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강의가 조금만 지루해져도 여기저기 졸음에 겨워 꾸벅거리는 학생을 발견하기 일쑤. 그럴 때마다 서 장군은 "나의 묘책인 커피의 힘을 빌어 해결한다"며 장난스레 눈을 찡긋해 보인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학교 자판기 커피 한잔이면 100원, 커피 50잔을 뽑더라도 5000원이면 해결되는 값이다. 단돈 5000원을 투자해 강의 시작 전 커피 50잔 정도를 미리 뽑아 놓았다가 조는 학생들이 눈에 띌 때마다 커피를 건네면 아무리 눈꺼풀이 무거워진 학생도 금방 정신이 번쩍들게 마련이다.

"장군이라고 하면 엄하게 호통치는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다가 커피로 장난스레 학생들을 달래는 내 모습이 인상적이었나봐. 내가 지도자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이런 게 진짜 리더십이잖아. 무작정 호통치고 엄하게 군다고 해서 좋은 리더가 될 수는 없는거니까."

학생들에게 '말로 가르치기' 보다는 '몸소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수업이라는 얘기다. 몸소 보여주는 그의 수업 비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 장군의 수업 시간엔 항상 '박수부대'가 동원된다. 강의실 맨 앞줄에 일렬로 앉아있는 ROTC(학군장교) 학생들이다.

ROTC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질라치면 그야말로 세상이 떠나갈 듯 엄한 불호령이 떨어진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눈동자는 한시도 빠짐없이 서 장군을 쫓아다닌다. 서 장군은 강의 중 필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 학생들이 군인이라서 군인의 자세를 요구하는 거랑은 또 다른 얘기야. ROTC 학생들을 통해서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다른 학생에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인거지. 필기를 못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학생들이 내 강의내용을 손으로 받아 적고 머리로 익히는 것보다 바른 자세로 앉아 마음으로 강의를 담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거든."

서 장군은 자신이 강의하는 지도자론과 전쟁과 국가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고 못박는다. 손자병법을 기초로 한 두 강의는 지도자로서 삶의 자세를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것. 서 장군은 "단지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삶을 올바로 경영하고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내가 오랫동안 느껴온 삶의 지혜를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좋은 인간관계가 미래를 위한 최고의 자산

호기심 가득한 대학생들의 눈동자가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업에 열중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짜릿한 기분. 대학 강단 위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사실 서 장군조차도 예편 후 자신이 강단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역전의 용사

서 장군은 군 복무시절 1979년부터 82년까지 3년간 육군대학에서 교관으로 군무했다. 일반 장교 등을 대상으로 손자병법을 비롯한 군사과목을 강의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그때 만난 이가 바로 전 고려대 총장을 지냈던 김정배 박사였다. 김 박사는 그때 서 장군에게 스치듯 "나중에 우리 학교에도 와서 강의 좀 해달라"는 부탁을 건넸고 서 장군은 그때만 해도 그 말을 그저 예의상 건넨 인사치레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우연한 인연이 기회가 된 건 1998년 김 박사가 고대 총장으로 취임하고 난 후였다. 취임 축하 인사 차 김 박사의 사무실을 찾은 서 장군은 그 자리에서 덜컥 은퇴 후에 고대 강단에 서기로 약속하게 된 것이다.

"운이 좋아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과의 인연이 인생 늘그막에 행운을 불러온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야.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인연이라 해도 그 인연이 또 다른 행운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경조사를 챙기고 윗사람에게 깎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그가 강조하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기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 서 장군은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 미래를 위한 최고의 준비" 라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죽는 날까지 '열정적인' 인생을 꿈꾼다

행복한 삶을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열정'이다. 그가 강의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역전의 용사

"나는 산전수전 다 겪었어. 월남전에 참전해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많으니 말 다했지 뭐. 내가 지금껏 누구못지 않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데는 물론 전쟁터서 상처하나 없이 돌아올만큼 행운이 많이 따랐던 것도 있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전쟁터에서조차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마지막까지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거야."

행복의 키워드인 열정을 말하는 데 나이가 필요 없음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는 "70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또 80세를 바라보게 될 10년 후도 내가 어느 자리에 서 있든 열정적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도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라. 일주일에 하루 강의를 위해 나머지 요일을 모두 강의준비에 쏟아 붓고, 또 틈틈이 리더십에 관련된 글을 써서 제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해. 최근에는 젊은이나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외부강의도 많이 늘었고. 나이 들어서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게 아마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이겠지."

"누구보다 다이나믹하게 살고 싶고, 그런 인생을 위해 죽는 날까지 삶에 대한 열정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서 장군의 목소리가 자못 비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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