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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 조정 능력 잃었다

외환보유액 190억달러 감소..환율 급등 부메랑

머니투데이 이승우 기자 |입력 : 2008.09.02 18:09|조회 : 1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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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해, 혹은 물가를 위해‥

환율은 '이용'당했다. 성장을 위해 수출 진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환율을 끌어올리려 했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달러 폭탄을 던져 환율을 끌어내렸다. 정부는 시쳇말로 외환시장을 주무르며(?) 환율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아래위로 오가는 사이 환율의 탄력성은 배가됐다. 유가 급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등 대외 변수가 가세하기는 했지만 외환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에 나섰던 올해 1분기와 2분기 달러/원 환율 변동률은 각각 전일대비 0.41%와 0.47%로 커졌다. 작년 0.20%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물론 IMF 외환위기를 수습하고 난 이후 흑자를 지속하던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화 수급의 근간이 변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변곡점에서는 가격 변수가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내리기만 하던 환율이 자율적으로 위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꿈틀댔던 것이다.

정부, 환율 조정 능력 잃었다

하지만 정부가 '고환율'을 역설, 환율은 '위쪽으로 가야한다'며 시장에 확인을 넘어 재촉까지 해주었던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 자명하다"며 환율이 위쪽으로 가기를 희망했다. 올해 초의 일이다.

심리는 위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너나 할 것이 없이 달러 사재기에 달려들었다. 달러를 무한정 공급해줄 것 같았던 조선업체들은 이제 달러 팔기를 주저하고 있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기업을 포함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수급의 대변화를 늦게 인식한 면도 있지만 위쪽으로 심리를 쏠리게 만든 요인 중 정부의 환율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의 시장 조율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심리가 쏠려 환율이 급등하자 점심시간을 틈 타 '도시락 폭탄'을 던지며 환율을 하루사이 20원 가까이 끌어내리기도 했고 일정 레벨에 매도 호가 주문을 집결시켜 놓는 일명 '알박기식 개입'도 해봤지만 효과는 반감됐다.

'강력한 조치', '투기 근절' 이라는 더욱 강도 높은 발언에도 환율 상승세는 제어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개입에 나서면 투기세력들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달러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는 정도다. 그러면서 환율은 최근 사흘 동안 52원 폭등했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시장 개입에 나선 결과 외환보유액은 연초에 비해 190억달러 줄었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감소는 9월 금융위기설의 핵심변수로 부상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채 증가로 순채무국 전환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경우 환율 폭등이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을 막느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외환보유액 감소가 다시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어 환율 상승을 이끄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 금융위기설의 실현 여부를 떠나 외환보유액 감소 그 자체가 원화에 대한 투기의 빌미를 제공,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9월 금융 위기가 실현되느냐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투기세력들의 원화에 대한 공격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추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우리나라 역시 성장률 회복과 국제수지의 개선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세미나에 "환율의 상승압력이 금방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 "어느 정도 환율변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외환보유액도 그대로 놔둘지 쓸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할 문제"라고 말했다.

환율 추세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를 인정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라는 것.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 최중경 라인으로 불리는 1140원선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과 그 실패 이후의 충격을 경험했듯이 환율은 외환당국이 주무를 수 있는 '도구'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시장 수급을 인정하며 대세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물가와 성장률 사이에서 환율이 '조작' 가능한 가격 변수로 인식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사고"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시장 수급이 환율 상승 쪽으로 맞춰져 있다지만 급격하게 가격 변수가 움직여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경우 그 변동성을 줄여주는 게 외환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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