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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스타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08.10.06 12:38|조회 : 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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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 3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슈베르트가 죽기 2년 전 완성한 현악 4중주곡 제14번에는 '죽음과 소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슈베르트라고 하면 흔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피아노 5중주곡 '송어'나 가곡집 '겨울나그네'가 떠오르겠지만 이보다는 '죽음과 소녀'가 오히려 그의 인생을 잘 보여줍니다.
 
슈베르트는 말기에 매독에 의해 썩어들어가는 몸으로 불안과 좌절에 시달렸습니다. 더욱이 그가 죽었을 때 남은 재산이 너무 적어 장례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인생은 늘 역설이고 부조화입니다. 삶은 소녀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죽음과 더 가까이 있습니다.

☞ 구스타프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듣기


#비틀즈를 좋아했고 동양사상에 심취해 영혼의 스승을 찾겠다며 인도여행을 떠나기도 했던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축사가 기억납니다.

이날 강연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노장사상의 핵심인 "늘 부족하게 살아라, 우직하게 바보처럼 살아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대목이 감동적이지만 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희망에 부풀어 있을 졸업생들에게 자신은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며 아주 오랜 시간 죽음을 얘기한 대목입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도착지며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죽음은 삶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발명품입니다. 낡고 오래된 것을 치워버리고 새로운 것에 길을 열어줍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끝이 있습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사로잡혀선 안됩니다. 여러분의 마음과 직감을 따를 용기를 가지십시오.”

애플컴퓨터와 아이맥, 아이팟과 아이폰을 내놓은 이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상상력과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죽음에 대한 직시와 성찰이었습니다.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스승으로 달라이 라마와도 친분이 두터운 소걀 린포체의 죽음에 대한 직시와 성찰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박종면칼럼]스타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
"죽음이란 실재하는 것이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아는 사람은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소걀 린포체는 그렇기 때문에 삶을 단순화하라고 말합니다. 집착에서, 영원함에 대한 생각에서, 그릇된 열정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합니다.
 
특히 평온한 죽음은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권리로서, 투표권이라든가 사회정의보다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 의사와 주변 가족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 온갖 종류의 응급처치가 동원된다면 죽어가는 사람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현대 사회가 호스피스 운동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걀 린포체는 죽어가는 사람 주변에 어린 아이가 있다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사실을 그대로 알려 주라고도 말합니다. 죽음이 이상하거나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어린아이가 생각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대중스타 최진실씨의 죽음을 계기로 한편에선 인터넷의 악성 댓글 차단을 위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주장하고, 또 한편에선 자살행위에 대한 지나친 추모와 동정, 이로 인한 모방자살을 우려하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죽음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성교육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호스피스제도와 존엄사 문제에 대한 법적·사회적 지원을 검토하고 진전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려한 영안실보다 호스피스병동과 임종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합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삶의 일부입니다. '해피엔딩'의 저자 최철주의 지적처럼 잘 사는 문제, 웰빙(Well-Being)만큼이나 중요한 게 잘 죽는 것, 웰다잉(Well-Dying)입니다. 웰다잉 없는 웰빙은 공허합니다.

우리의 이별문화, 우리의 죽음문화는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수준이 너무 얕습니다. 대중스타의 잇단 자살과 죽음이 슬프지만 이를 통해 거듭 확인된 우리 사회의 죽음문화 부재와 천박함에 또한번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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