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遊)는 열 명의 핵심제자인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공자보다 45세나 연하인 젊은 제자로서 20대에 관리로 등용되었다. 공자는 나이 어린 제자가 출세가도를 달리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젊은 혈기가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자유가 다스리는 노나라의 작은 읍 무성(武城)지방을 방문키로 결심한다. 제자를 만나러 가는 도중 공자는 거리에서 고을 사람들이 현악(絃樂)에 맞춰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들었다.

자유가 그 고을을 예의(禮儀)와 음악(音樂)으로 선정을 베푼 덕택에 사람들이 거문고를 타면서 태평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사랑스런 제자가 자신이 가르쳐 준 대로 예악(禮樂)을 중시하는 문화 정치를 펴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며 칭찬의 마음을 담아 농담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 : 너는 어찌하여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느냐.”
공자의 농담을 알아차리지 못한 제자는 마치 스승이 자신을 질책하는 줄 알고 정중하게 변명한다.


“저는 예전에 선생님께서 ‘지도자가 올바른 도리를 배우면 백성을 사랑하게 되고, 백성들이 올바른 도리를 배우면 그들을 부리기 쉽다’고 말씀 하셨기에 가르쳐 주신 대로 예악(禮樂)을 통해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진지한 제자의 반응에 오히려 스승이 놀라며 “제자들아, 자유(子遊)의 말이 옳다. 내가 한 말은 농담이다”고 말한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유일한 농담이 바로 여기에 등장한다. 사실 공자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하던 제자가 배운 대로 실천을 잘하고 있어서 칭찬하기 위해 농담처럼 던진 말이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이다.

공자의 진심은 자유가 나라를 다스릴 만큼 훌륭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읍에서 성실하게 백성들을 다스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아서 한 말이었다. 공자는 예의가 바르고 음악소리가 요란하지 않아야 정치가 잘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예악으로 백성을 교화해야 한다”는 게 공자의 지론이었다.

당시의 행정 책임자 대부분이 공자가 가르친 예악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직 자유만이 스승의 뜻을 존중하여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서 흐뭇한 마음을 농담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유가 너무나 진지하게 변명을 하는 바람에 공자가 서둘러 농담이었다고 진심을 밝힌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스승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논어의 명장면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라는 말은 공자의 본뜻과는 의미가 바뀌어 작은 목적을 위해 너무 거창한 준비나 노력을 들이는 것을 비유할 때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또한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의 비유는 한 인물이 맡은 일과 능력을 두고서 사용되기도 한다. 능력에 비해 맡은 일이 초라할 때 비유될 수 있다. 무한경쟁시대의 합리적인 인적자원관리는 무엇일까. 소 잡는 칼로는 소를 잡게 하고 닭 잡는 칼로는 닭을 잡게 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있다.

요즈음 TV 주말사극으로 ‘대왕 세종’이 관심 속에서 방영되고 있다. 세종은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파격적으로 발탁하여 관직을 수여했다. 신하들의 집요한 반발이 있었지만 세종은 장영실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보았기 때문에 신분질서를 초월하여 발탁하는 용단을 내렸다.

세종의 기대에 부응하여 장영실은 신명을 바쳐 각종 과학기계를 발명하여 조선시대의 기술이 당시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그가 제작한 대표적인 발명품만 봐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천문의(天文儀), 금속활자 갑인자(甲寅字)의 주조, 우리나라 최초의 물시계인 자격루, 해시계인 현주일귀 등을 발명했다.

또 천체관측용 대 ·소간의(大小簡儀), 휴대용 해시계, 태양의 고도와 출몰을 측정하는 규표(圭表), 세계 최초의 측우기 등을 만들었다. 세종은 장영실이 소 잡는 칼을 가지고 닭을 잡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통해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조직에서 장영실처럼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자가 강조한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의 참뜻을 이해하여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