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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아프면 안되거든요"

[웰빙에세이]내 일상과 마음의 건강검진은 나만이 할수 있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입력 : 2008.12.02 12:34|조회 : 1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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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아프면 안되거든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지금 아프면 안된다. 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 내 맘대로 된다면 안아픈게 가장 좋다. 아프려면 쉬는 날을 골라서 아파야 한다. 쉬는 날에도 할 일이 많아 아프면 안된다고? 맞다. 그렇다면 이 다음에 일 없을 때 아파야 한다.

다들 일에 매여 빠듯하게 살다보니 함부로 아프지도 못한다. 아프면 큰일난다. 지금 아프면 안된다는 말은 아마 다음과 같은 뜻일 것이다.

1.나는 버텨야 한다. 2.지금 무너지면 안된다. 3.뒤처지면 안된다. 4.경쟁에서 지면 안된다. 5.돈 못벌면 안된다. 6.일 못하면 안된다. 7.병원갈 시간 없다. 8.병원갈 돈도 없다.

지금 아프면 안된다는 말에 깔려 있는 이 많은 두려움. 그것이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때만 되면 활성화된다. 지난 1년간 죽도록 몸을 혹사했으니 어찌 불안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내시경으로 이곳저곳 다 훑는다. 나도 이런저런 검사를 받다보니 어딘가 고장이 났을 것 같아 덜컥 겁이 난다. 검진이 겁난다며 미적대는 사람들이 이런 심정이겠지. 검강검진은 정말 어려운 시험이다.

시험 결과는 합격, 불합격, 조건부 합격 이렇게 세가지다. 합격한 사람들은 지난 1년을 무사히 버틴 강골들이다. 그들은 다시 1년을 뛸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그러니 얼마나 좋을까.

불합격은 지금 아프면 안되는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다. 조건부 합격은 '옐로우카드'를 첨부한 성적표다. 이런 경고를 받은 사람들은 한동안 조신한 생활로 돌아간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운동도 한다.

그러나 조금 지나고 보면 대부분 원위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 모드로 되돌아가서 스트레스를 팍팍 받으면서 정신없이 달린다. 성공을 위해, 풍족한 삶을 위해,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1등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 철인처럼 달린다.

돈 잘버는 아빠, 멋진 엄마, 공부 잘하는 학생, 우아한 생활…. 이래야 행복할 수 있다는 화려한 이미지들이 그들을 유혹하고 욕망과 절망을 동시에 부추긴다.

그 욕망과 절망이 병을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기꺼이 일 중독, 스피드 중독에 빠진다. 한가하면 불안하다. 한가하면 중요한 일에서 소외된 것같다.

그래서 서로 약속을 잡으려고 안달이다. 그 약속은 비즈니스를 위한 거래요, 교제요, 사교다. 그런 사교로 스케쥴을 꽉꽉 채운다. 약속들이 굴비마냥 줄줄이 엮여 있다. 그러니 집에 가면 퍼진다. TV를 켜놓고 아무 생각없이 빈둥대다 아침이면 허둥대면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버거운 하루에 나를 돌 볼 겨를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다. 자신을 잊은 공허함을 순간의 자극들로 달래며 몸을 축낸다. 그러나 쓰러지면 안된다. 지금 행복하지 못하다 해도 오늘의 일을 무사히 마치는 것, 약속과 약속으로 이어진 시간들은 무사히 넘어서는 것이 급선무다.

건강검진에서는 이런 일상과 심리의 건강성은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첨단기술을 동원한 화면과 복잡한 수치로 정상ㆍ비정상을 가린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면 다시 검사, 또 검사다. 그래도 이상하면 약, 그래도 안되면 수술이다. 내 일상과 마음의 건강검진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웰빙노트

일상의 요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일상의 의무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크나큰 슬픔이나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치이고, 그런 사치가 허락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감정에 대한 자제력을 잃을 지도 모르는 위험, 우리 몸이 더 이상 우리의 명령을 듣지 않게 될 위험을 무릅쓸 수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의 실현을 나중으로 유예하고 그 미래에 기대를 걸면서 '어떻게든 버티자'에, 특히 '지금 무너지면 안 된다'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카트린 방세, 욕망의 심리학>

삶의 현실은 '팔꿈치사회'라는 말처럼 옆 사람을 팔꿈치로 쳐야만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사회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잘리지 않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야 하는 그런 사회다. 가정은 알콩달콩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잘 가동되는 냉장고가 놓인 '버스정류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학교는 하루하루 배움의 즐거움과 깨우침의 행복함을 느끼는 곳이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의 고통스러움과 시험 점수와 입시 경쟁의 비참함을 감수해야 하는 현장이다. 자살 않고 살아주는 것만 해도 다행인 사회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3분의 2가 이직을 고려한 바 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직장생활이 삶의 스트레스를 높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정작 이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가짐에도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느낌을 '그냥 옆에 제쳐두고'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밀고 나갈 뿐이다. 이것이 일중독의 심각성이다.<강수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씨의 행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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