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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바람'이 거센 이유

[이미지리더십]신비주의와 양성성에 대한 매력

하민회의 이미지 리더십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입력 : 2008.12.09 12:34|조회 : 28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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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바람'이 거센 이유
신윤복 열풍이 거세다. 40만부 이상 팔린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을 필두로 소설과 동명의 TV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했고 최근에는 '미인도'라는 영화까지 개봉되었다.

온라인에서는 신윤복의 성 정체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그의 작품을 제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신윤복 특별전'에는 무려 2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을 정도다. 이쯤 되면 신윤복은 2008년 한국 대중문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극한 셈이다. 과연 무엇이, 어떤 매력이 그를 200여년 만에 부활시켜 스타로 만든 것일까?

혜원 신윤복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후기 3대 풍속 화가로 알려져 있다. 가난한 중인 출신으로 어렵게 화원이 되어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된 단원 김홍도와는 달리 혜원 신윤복은 아버지(신한평)와 삼촌이 모두 화원인 이른바 화원가문 출신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권력이나 조정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민들 속에서 살았다. 조정에서 벼슬을 했거나 도화서 소속의 관원이었다면 남아 있을 법한 그의 생활이나 활동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당대에는 크게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듯하다.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는 둘 다 풍속화를 그렸지만 대상이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신윤복은 한량과 기생을 중심으로 한 남녀간 애정과 낭만을 주로 다뤘다. 정형된 산수에서 벗어나 신분체제가 무너져가고 사치와 향락 풍조가 만연해가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그리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허세와 위선의 상징인 양반들 보다는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주 소재로 택하고 그 만의 유머러스한 표현을 통해 비판했다.

기법 면에서 종종 단원 김홍도와 비교된다. 김홍도가 배경을 생략한 간결하고 소탈한 필치로 호방함이 느껴지는 기법을 구사했다면 신윤복은 산수를 배경으로 세세한 붓 터치로 표정이 살아있는 인물묘사와 철저히 계산된 듯 한 구도에 색감까지 표현하는 섬세하고 세련된 기법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신윤복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 설정된 '신윤복이 남장여자'라는 획기적인 소설적 상상력 다시 말해 짜릿한 허구 덕분이다.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장여자 신윤복'이라는 상상력은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혹시..?'하는 상상력의 공감 내지는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는 숨겨진 사회코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비주의에 대한 매력이다. 만일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분명하고 여러 사료가 남겨져 있다면 '남장여인'이라는 설정이 그 만큼 대중적인 공감과 흥분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그래서 알 수 없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눈과 귀가 솔깃해지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때에는 오히려 말 수가 적은 사람,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궁금하다. 직접적인 정보를 주기보다는 티저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가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약간씩은 아껴야 한다. 한 번에 다 드러내어 놓기 보다는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를 차근차근 열어가며 신선함을 잃지 않는 지혜를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양성성에 대한 매력이다. 소설 '바람의 화원'의 작가 이정명은 신윤복의 다분히 여성성이 보이는 그림을 통해 '남장여자'의 설정이 출발되었다고 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윤복은 오늘날 대중문화가 주목하는 '중성적'이고 야누스적인 면을 간직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경제, 문화, 패션, 여가생활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자'와 '남자'라는 성(性)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사회적 성 개념이 지나친 성역할의 강조보다는 인간 본연이 가진 양성성의 활용을 권장하는 추세다. 보다 유연하고 폭 넓은 사고와 아이디어는 양성성을 고루 발휘할 때 충분히 얻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왜곡, 예술의 상업화라는 일부 부정적인 목소리는 일단 접어두자. 신윤복의 인기몰이는 어쨌거나 바람직하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냈을 뿐 더러 당시의 풍속이나 시대상황까지 자연스럽게 들춰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의 새로운 진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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