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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은행 혼나고, 기업은 큰 소리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08.12.15 12:32|조회 : 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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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석에서 만난 어느 은행 임원의 독백이 귀에 생생하다. 수조원의 여신을 지원한 '죄'로 시장에서 나오는 해당 그룹에 대한 조그마한 얘기에도 귀가 쫑긋하게 되고,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들리면 가슴이 철렁 하는 데도 해당 기업은 그저 태평성대라는 것이다. 미리미리 구조조정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걱정 말라고만 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누가 채권자이고 누가 채무자인지 혼란스럽다고 한동안 푸념을 늘어놓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우려와 함께 건설사들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이 너무 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최근에서야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등급 하향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가 어렵게 됐다느니, 굳이 건설사들만 등급을 하향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느니 아우성이다.
 
사상 초유의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서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기 전에 우선 기업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면서 이상한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GM·크라이슬러·포드자동차에 대한 140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안이 부결된 데는 이유가 있다. 자금지원을 받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임금과 복지수준을 토요타, 혼다 등 미국내 일본 자동차 회사 수준으로 낮출 것을 미국 자동차노조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평균 노동비용은 일본의 1.5배 수준이고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지원해봤자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살아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대마'인 자동차 빅3를 죽이지 못하고 일단 부실자산 구제계획 자금으로 살린 다음 내년 초 다시 의회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정부가 바보짓하고 있다고 웃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말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기껏 몇개 사에 불과하다. 상황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는 등 구조조정이 안되는 이유만 늘어놓는다.
 
대신 한국은행이 과감히 돈을 풀지 않는다고 연일 혼나고 있고, 은행들이 자기들 살 궁리에 기업에 대한 지원을 머뭇거린다고 질타를 받는다.
 
은행이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한국은행이 당하는 걸 보면 총재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조직 전체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는 지나친 저금리와 여기서 야기된 금융버블과 자산버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위기의 해법이 마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듯한 통화확장과 재정확대에서 찾아지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도, 미국도, 세계경제도 다시 살아나려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재정 및 통화확대가 최소한 병행돼야 한다. 기업은 큰소리치고 중앙은행과 상업은행들은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줄탁지기'라는 말이 있다. 어떤 중이 선사를 찾아가 말했다. "저는 이미 깨달을 준비가 다돼 있어 제가 병아리처럼 계란 속에서 쫄 테니 선생님은 어미 닭처럼 밖에서 쪼아주세요."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물론 쪼아주겠지만 계란 속이 썩어버린 지 오래됐는데 가능하겠느냐, 지푸라기만도 못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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