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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가 인기없는 이유

[패션으로 본 세상]스토리텔링의 조건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9.02.04 14:02|조회 : 30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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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가 인기없는 이유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다가, 최근 TV에서 방영되고 있다는 '박중훈쇼'가 화제에 올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교양있는 토크쇼로 기획돼서, 연예인들의 잡담으로 일관되는 프로그램에 식상한 기성세대들로는 무언가 환기가 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다.

흥미로운 점은, 초청 게스트들의 수준이 대단하다고 한다. 평소 얼굴보기 힘든 스타들뿐 아니라 토크쇼하고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까지도 게스트로 초청된다고 하니 왠지 미국의 오프라윈프리 쇼나 래리 킹 쇼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 쇼가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한다. 왜일까. 트렌드를 분석하는 입장으로서는 궁금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기는, 그런 쇼가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절한 주목을 끌 수 있는 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시장의 현실은 시대적 안목이라는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시의적절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조금 지나치게 앞선 감이 들 때가 있기도 하고, 혹은 시기는 적절했으되, 다른 변수에서 예측이 어긋나버리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TV앞에 앉아 실제로 쇼를 지켜보았다. 담담함과 정제된 미학이 있었고, 그에 어울리는 게스트들이 있었다. 사실, 토크쇼에서 이처럼 안정된 품위는 얼마 만에 느껴보는 것이던가.

그러나 그와 동시에, 아직 인기가 없는 이유 또한 너무도 분명했다. 안타깝게도 '박중훈쇼'는 다음 주 같은 시간에 사람들을 다시금 TV앞으로 불러 모을 마력은 갖고 있지 못했다. 쉽게 말해 대화에 귀가 기울여지는 솔깃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대단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다. 그 대단한 사람들이, 그들이 평소에 딱히 보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의 마음은 이미 그러한데, 아직도 스타 본위의 기획이 힘을 얻고 있다는 건 일면 신기한 일이다.

지금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지금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소비자의 지적 수준은 우매한 대중의 호기심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들은 구경거리에 잘 현혹되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고 쓸 만한 이야기, 진실한 이야기들을 찾고 있다. 요즘같이 답답한 때에, 사실 일반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때로 평범한 사람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솔깃함'과 '진실함', 이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리면,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을 보내준다. 선풍기아줌마나 맨발의 기봉이가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현재 마케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바로 이 같은 시장의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획자들은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요즘 들어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전문으로 한다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은 곧잘 답답한 이야기들을 자아내곤 한다. 도대체 시간을 내서 듣는다는 것이 아까운, 예를 들면, 솔깃하지만 세속적이거나, 진실하지만 지루한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먼저 초점을 두고, 그 중심에 선 사람들을 초대하고(그들이 스타건 아니건 간에), 궁금증의 정곡을 찌르는 대화를 들려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에 와서 꽂힌다. 아니, 정확히는 이야기 속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 빨려 들어간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환기로, 때로는 속 시원한 비판으로 와 닿으며 스토리텔링은 재구매를 약속받는다.

가끔 매우 시기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빗맞은 듯한 사례들을 보게 된다. 사실 시기적절하다는 것은 자세히 보면 남보다 앞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중훈쇼'가 시청률은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행보를 궁금해 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앞서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적시를 노린 비즈니스 모델이 실패하는 경우는 시대를 보는 안목은 있었으되 '가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런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챈다는 것과, 진실로 그런 필요에 자기 자신이 깊이 공감해 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머리로만 짜여진 기획들은 예상외로 참 뒷심 싱거운 결과들을 내어버린다. 소비자와 한 가슴으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기획은 도대체가 언저리만 더듬기 일쑤다. 예를 들어 자신이 와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안목이 없다면, 아무리 와인이 트렌드라 할지라도 와인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시대적 안목도 있고, 자신의 가슴으로도 특정한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그런 것을 남보다 앞서 외친다는 것에 소심해하기도 한다. 이들은 곧잘 혁신적인 모델을 무난하게 포장하려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생각보다는 많은 기획자들이 회사사람이나 업계사람들과 잘 지내려는 굴뚝 같은 마음을 지나치게 갖고 있다.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 튀는 기획안을 내는 것은 무언가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아이디어에 여러 사람들의 어울리지 않는 의견을 덧붙여 요상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는 그래도 민주적으로 했다며 위안을 받곤 한다. 왜 조금 더 자신의 영감과 목표,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 줄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

2006년 미국 8대 비즈니스 코드 중 하나는 Authenticity, 즉, 진실함이었다. 진실한 말걸기는 인문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업적인 비즈니스 코드라는 것, 그것을 시장도 알고, 소비자도 알고 있는데, 기획자만 모른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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