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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나는 클림트가 좋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09.02.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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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예쁜 그림을 그린 화가를 들라면 오스트리아 출신의 구스타프 클림트를 꼽겠다. 예술의전당 클림트 전시회에 가서 특히 '유디트Ⅰ'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논개 같은 인물이다.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그가 곯아떨어진 틈을 타 무자비하게 목을 자르는 무서운 여인이다.
 
클림트가 그린 유디트는 그러나 전혀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았다. 한쪽 가슴은 드러내고 다른쪽 가슴은 훤히 들여다보이는 천에 아슬아슬하게 감춘 채 상대방을 유혹한다. 게슴츠레 눈을 감고, 입은 반쯤 벌리고 있다. 나라를 구한 영웅적 여성상이 아니라 치명적으로 유혹하는 여인, 팜므파탈이다.

#'유디트Ⅰ'만이 아니라 그의 대표작 '키스'가 그렇고 '아담과 이브'도 '에밀리 플뢰게'도, 심지어 그가 그린 풍경화들조차 하나같이 예쁘다.
 
클림트의 삶은 예쁜 작품들과는 정반대였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1차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오스트리아 빈은 세기말 열병을 앓았다. 동 시대의 화가 에곤 실레와 오스카 코코슈카, 음악가 쇤베르크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그랬다.
 
클림트는 14명의 사생아를 낳았고, 사후 친자확인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만성적인 정신질환에 시달린 누이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심장발작으로 죽음을 앞두고 애타게 찾은 평생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와는 정신적 관계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무수한 여성을 사랑한 카사노바였지만 평생 고독했다.
 
그의 미술작품들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고통 속에서 피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전무가 이혼소송을 당했다. 해외 출장 중에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본인도 예상치 못한 듯 싶다. 삼성 특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도 좋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 전무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경영능력을 점검받아 후계자로서 자리를 굳혀야 하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호사가들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 이루어져 삼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같다. 하지만 늘 반듯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른 청년이 이혼소송을 당하게 됐다는 점에서 세인들의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릴 수밖에 없고, 이게 이 전무에겐 큰 짐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인생에서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우편배달부가 손에 든 게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 전무는 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어렵게 창업하지도 않았고 그룹을 물려받고 기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크게 고생한 경험도 없다. 지금 한국의 3, 4세대 경영자들은 거의 다 그렇다. 의외로 취약한 곳이 많고 집중력과 지구력도 부족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특히 젊은 최고경영자의 시련은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약이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밥 먹듯이 하는 감옥살이나 사생활에서 시련은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엄청난 에너지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모범생보다 산전수전 겪은 풍운아가 낫다. 한국의 대표 경영자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성숙해왔다.
 
미술사에서 가장 예쁜 클림트의 작품이 그의 아픈 개인사를 토양으로 했듯이 이 전무의 가족사적, 개인적 시련들은 그가 한층 성숙된 최고의 경영자로 거듭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들이 당하는 고통이며, 이것은 그가 평생의 부채로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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