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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금칙어, 동성애 차별 '논란'

머니투데이
  • 장웅조 기자
  • 2009.0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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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레즈비언'을 '깜둥이'와 함께 '차별적' 언어로 규정

정부 산하기관이 게임 내 사용을 금할 것을 권하는 '금칙어' 목록에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단어들을 포함시켜 동성애자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이 지난 1월 공동 발간해 게임업계에 배포한 '게임언어 건전화 지침서(이하 지침서)'는 '게이'와 '레즈비언'을 금칙어로 지정했다. '차별적'인 언어라는 이유에서다. 양 기관은 같은 이유로 '깜둥이', '기형아', '호모', '계집' 등도 금칙어로 선정했다.

금칙어란 '불건전성' 등을 이유로 게임 내 채팅이나 검색 등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한 표현들을 뜻한다. 게임 상에서 금칙어를 포함한 문장을 쓰게 될 경우 입력 자체가 되지 않거나, 문제의 표현이 가려진 채 화면에 나가게 된다. 기존에는 게임업체별로 금칙어를 달리 규정했는데, 이번에 정부 산하기관이 나서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동성애자 인권 관련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일단 '게이'나 '레즈비언'은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며, 이 단어들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장병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표현은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 그냥 지칭하는 표현"이라며 "동성애자들의 존재와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 왜 금지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이 단어를 접하지 못하게 하는 건 그들의 성 정체성 형성을 음지로 내몰아 버리는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숙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단어를 금칙어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언어연구가인 고길섶 문화연대 편집실장은 "차별언어를 금칙어로 설정한다면서 '게이'와 같은 말들을 금칙어로 설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성차별이며 게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은 "의도했던 일이 아니다"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지침서의 발간을 총괄 지휘한 최명용 교수(이화여대 국어국문학)는 "금칙어 목록은 우리가 아니라 각 게임사가 이미 선정한 것"이라며 "(진흥원과 국어원은) 이들을 모은 뒤 공통된 단어들만 뽑아내서 정리하고 표준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개별 단어들이 금칙어로 설정될 만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진흥원과 국어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해당 금칙어 목록이 '국가기관이 제시한 공인된 규범'으로 간주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양 기관은 지침서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게임업체 중 일부는 '정부의 은근한 압박'으로 이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받은 지침인데 어느 정도 참작해 '배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당 부분을 회사에서 수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문제까지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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