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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와 08년 금융위기 근본원인

[홍찬선칼럼]사이비와 되풀이되는 금융위기

홍찬선칼럼 홍찬선 MTN 부국장(경제증권부장) |입력 : 2009.05.13 19:44|조회 : 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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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와 08년 금융위기 근본원인
무림(武林)을 평정하겠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소림사에 권법을 배우러 간 젊은이들은 대부분 중도하차하고 만다. 처음 가서 2~3년 동안은 마당 쓸기와 물 긷기만 해야 하는데, 매일 되풀이되는 빗질과 물 긷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무료함과 상처받은 자존심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빗질과 물 긷기는 기본체력을 키우고, 흥분하지 않으며 인내를 배우는 과정이다. 이를 견뎌낸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체력과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는 고수가 된다. 하지만 기본을 거치지 않고 테크닉만 배운 사람은 사이비(似而非)가 돼,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려들지만 고수를 이길 수 없다.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에 빠져 경제주권을 IMF(국제통화기금)에 빼앗긴 지 10여 년만에 다시 금융위기에 빠진 근본원인은 바로 금융시장에서 고수를 찾기 어렵고 사이비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의 핵심은 리스크(Risk, 위험) 관리다. 돈을 빌려줬을 때 떼일 리스크와 주식 및 파생상품에 투자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가격변동으로 큰 손해를 볼 리스크, 정부 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입게 될 손실 등…. 금융회사들이 업무 과정에서 수없이 만나는 리스크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리스크의 성격과 크기 및 발생가능성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측정, Measurement), 그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비용이 필요한지를 따져봐서(가격책정, Pricing), 감당할 것은 감당하고 그렇지 못할 것은 떠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다.

그런데 1992년부터 금리가 자유화돼 금융의 리스크가 커졌음에도, 리스크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힘쓰기보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리스크를 피하려고 하는 사이비 업무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어렵사리 기술을 개발해 신용평가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좋은 기업으로 성장했을 기업들은 담보가 없어 돈을 빌리지 못해 퇴출됐고, 부동산 담보를 가진 대기업에는 대출이 몰렸다. 그 결과가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의 붕괴와 외환위기였다.

리스크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것인데도, 3개월짜리 단기 외화를 빌려다 1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함으로써 만기가 맞지 않았다(Mismatching). TRS(total return swap)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익률이 높다는 것만 보고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지난해에도 일어났다. CDS(credit default swap)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투자하고, 기업 대신에 가계에 부동산담보대출을 하고, 3개월짜리 엔화자금을 빌려 장기 원화대출을 함으로써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다. 금융의 고수가 적고 사이비가 많았던 탓이다.

돈은 피이고 금융은 혈액순환계이다. 피가 돌지 않아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리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순식간에 부도를 내고 쓰러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금융회사이고,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조짐이 보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의 책무다.

바보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도 고친다.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것은 한국의 금융인들이 바보라는 반증일 수 있다. 금융위기로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보통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쫓기는 날벼락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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