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장→국세청장 백용호 파격 발탁 요인은

- 인연 없는 외부인사 발탁해 국세청 개혁 맡겨
- 공정거래위원장 재직시절 탁월한 업무능력 반영
-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브레인으로 보여준 '로열티' 고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국세청장 임명이 관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장관급인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을 한 단계 낮은 차관급의 국세청장에 임명한 형식상의 파격도 그렇지만 학자 출신의 외부인사 기용, 지역안배 파괴 등 여러 면에서 전혀 뜻밖의 인사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아무런 인연이 없는 백 후보자의 발탁 소식에 '전혀 뜻밖의 결과'라며 향후 불어 닥칠 개혁 바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청와대 안팎에서는 백 후보자의 청장 발탁을 3가지 요인으로 해석했다.


우선 외부인사라는 점이다.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등 전임 3명의 국세청장이 모두 내부 승진 인사였고 역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국세행정에 밝은 재무관료 출신이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이 때문에 전날까지만 해도 지난 5개월간 직무대행으로 무난히 국세청을 이끌어온 허병익 차장이 유력한 가운데 김병기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이 급부상하는 구도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백용호'라는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며 "전혀 뜻밖의 인선이라 모두들 깜짝 놀랐고 국세청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허 직무대행의 경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국세청 내부 인사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3명 중 2명이 구속되고 1명은 불명예 퇴진할 만큼 곪을 대로 곪은 국세청에 가차 없이 '메스'를 대기위해서는 국세청과 전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었던 것.

백 후보자 발탁의 또 다른 배경은 탁월한 업무능력이다. 국세청은 끈끈한 조직문화로 얽혀있는 조직이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한 전 청장이 다름 아닌 내부 투서로 낙마할 정도로 조직폐해가 심한 국세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자출신의 백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백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시절 보여준 조직 장악력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발탁했다고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시장의 규율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어려운 과업을 수행한 백 후보자의 능력을 높이 산 것.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세청장을 5개월 이상 공석 상태로 비워둔 것은 국세청 개혁의 최적임자를 찾겠다는 이 대통령의 고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백 후보자가 바로 그 적임자로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상으로는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이른바 빅4 권력기관의 핵심인 국세청장의 파워를 고려하면 오히려 영전이라는 지적.

이 대통령과의 끈끈한 인연도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백 후보자가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종로에서 나온 이 대통령과 친분을 맺었다. 백 후보자는 낙선했지만 이때의 인연으로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시정개발연구원장과 바른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핵심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백 후보자는 한때 금융위원장 내정설이 나올 정도로 이 대통령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이 교수 출신답지 않은 백 후보자의 강한 업무 추진력과 함께 빈한한 가문에서 몸을 일으킨 '성공 스토리'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중앙대 경제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비를 전액 면제받았고 3년 만에 중앙대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중앙대에서 지원한 비용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29세의 젊은 나이에 이화여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