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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야 잘 죽는다

[웰빙에세이]인생 드라마 안내문(2) / 웰빙이 웰다잉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09.10.08 12:31|조회 : 1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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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21세기가 간절히 원해서 이 세상을 살고 있다고 노래했던가. 하지만 나는 무엇이 날 간절히 원하는지 모른다. 세상에 왜 왔는지 모른다. 아마 신의 뜻이리라. 우주의 뜻이리라.

누구나 얼떨결에 인생 무대에 선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가르침도 있다. 불가에서 생은 내가 쌓은 업과 인연에 따라 윤회한다. 억만 겁의 윤회를 벗어나는 것, 그것이 해탈이다. 윤회에서 벗어나면 인생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생의 고해(苦海)드라마가 너무 버겁다면 이 길을 잘 모색해보자.

생전에 그 방법을 다 깨우치지 못하면 어쩌나? 나는 또 원치 않는 드라마에 출연해야 하나? 다행히 사후에 한번 더 기회가 있다. 죽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고? 앞서 돌아가신 티베트 사자(死者)의 길안내가 있지 않은가.

그는 사후 49일 간의 여정을 생생히 전해준다. 이 저승길에 각자의 업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과 빛, 소리가 나타나는데, 이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해탈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한마디로 업의 힘에 이끌리지 말고 진리의 안내를 따르라는 것. 이 모범답안을 잘 숙지하자. 죽는 순간 다 까먹을 것같다고? 그렇다면 마지막 문제라도 가슴에 진하게 새겨두자. 최후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다음은 마지막 문제.

"당신은 이제 교합 중인 한 쌍의 남녀를 볼 것입니다. 그들이 보일 때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 않도록 단단히 마음을 다잡으십시오. 그들을 부처와 그 배우자로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그들의 축복을 간청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십시오. 그러면 자궁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도 믿지 못하겠다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나에게 인생은 강제 출연이고, 퇴장도 별로 다르지 않다. 나는 언제 어떤 식으로 퇴장명령을 받을지 모른다. 죽음은 항상 내곁에 있지만 도무지 종적이 묘연하다. 삶의 그림자인 죽음을 놓치고 사니 삶이 얼마나 빛나는지도 놓치고 만다.

그래도 퇴장은 입장보다는 덜 불공평하다. 인생 경기가 너무 괴로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땐 독한 맘 먹고 퇴장해버릴 수 있다. 죽어버리면 된다. 자살도 있고, 안락사도 있지 않은가. 자살만은 안된다고? 그것은 반 생명적 폭거라고? 다음에 또 태어난다고?

아무튼 나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한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것을 최대한 누려야겠다. 나는 늙어 죽겠다. 평생 신나게 살다가 편히 죽겠다. 당신도 그렇다고? 그렇다면 미국의 자연주의자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에서 한수 배우자.

이 분의 죽음은 더 덧붙일 것 없이 완전하다. 그는 100세 생일 한달 전 단식을 시작해 45일간 평온하고 조용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는 생명이 육체를 떠나는 모든 죽음의 순간을 밝은 의식으로 경험한다. 그는 유서에서 미리 당부한다.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그의 아내 헬렌은 그의 죽음을 3인칭 형식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적었다. "스코트는 훌륭한 일생을 살았으며 훌륭한 죽음을 맞았다. 그이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며, 평온하게 죽었다. 그이는 바라던 대로 집에서, 약물이나 의사 없이, 병원에서처럼 제한을 받지 않고 헬렌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갔다. 헬렌은 그이가 잘 해온 것에 기쁜 느낌을 가졌다."

그의 죽음은 감동적이다. 숙연함과 경건함이 있다.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루 잘 살면 잘 잘 수 있다. 평생 잘 살면 잘 죽을 수 있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 웰빙이 웰다잉이다. 웰다잉으로 인생드라마는 완성된다.

  ☞웰빙노트

스코트 니어링의 유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요망사항을 기록해두기 위해 쓴다,

1. 마지막 죽을 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따라서
- 주사, 심장 충격, 강제 급식, 산소 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4. 장례절차와 부수적인 일들
- 법이 요구하지 않는 한, 어떤 장의 업자나 그 밖에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받거나 불러들여서는 안 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내 몸을 처리하는 데 관여해서는 안 된다.
- 내가 죽은 뒤 되도록 빨리 내 친구들이 내 몸에 작업복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스프루스 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만든 보통의 나무 상자에 뉘기를 바란다. 상자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내가 요금을 내고 회원이 된 메인 주 오번의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 어떤 장례식도 열려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과 재의 처분 사이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 그 밖에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 화장이 끝난 뒤 되도록 빨리 나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만약 헬렌이 나보다 먼저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다른 친구가 재를 거두어 스피릿 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
- 나는 맑은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청들이 내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헬렌 니어링, 사랑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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