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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수험생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09.11.0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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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구나. 목표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초조해 하며, 감기몸살에 목이 붓고 기침까지 하는 너를 보면서 어떤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노력하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는 네가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파블로 카잘스라는 첼리스트를 잘 알 것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이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새롭게 발견해낸 바로 그 사람이다.
 
카잘스는 아흔 살이 넘은 나이에 이런 고백을 하더구나. "지금도 나는 연주회 직전의 불안감을 극복할 수 없다. 연주회에 나간다는 것은 언제나 고문이고, 무대에 나가기 전에는 가슴이 뭔가에 찔리는 것처럼 아파온다"고.
 
카잘스가 어떤 사람이냐. 97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6시간 이상 연습을 한 사람이다. 그의 연주를 지켜본 사람들은 마치 새가 나는 것처럼 쉽게 연주를 한다고 말할 정도였지. 그런데 정작 카잘스 자신은 연주는 늘 악몽일 뿐이라고 고백을 하는구나.
 
카잘스의 경우를 보면 네가 시험을 앞두고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더욱이 감기몸살까지 앓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겠지. 그나마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은 것을, 뭔가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겠니.
 
20년이 채 되지 않는 너의 짧은 삶에서 아마 지금처럼 힘들고 고통스런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피해가고 싶겠지.
 
그렇지만 무언가가 어렵다는 것, 고통스럽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라. 42.195㎞를 뛰는 마라톤이나 100㎞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생각해 보아라.
 
요즘 많은 사람이 마라톤에 빠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니. 물론 건강을 위해서지만 바로 그 고통스러움 때문이란다. 마라톤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고통을 참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게 아니겠니.
 
이것은 내 생각만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요즘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마라톤 풀코스를 30회 이상 완주한 일본 소설가의 주장이기도 하다.
 
세계적 소설가 하루키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첼리스트 카잘스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문학과 예술은 모두 고통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예술이든, 한 사람의 삶이든 성공의 핵심은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과 지구력이라고 강조하더구나.
 
지난 여름 그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하루에 겨우 서너 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고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험에서 목표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렇지만 혹시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말아라. 지고 실패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게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의 노력과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도 많단다.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도 무수히 많고.
 
이건 아픔이고 좌절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에서는 만사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때가 훨씬 많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밤잠을 자지 않고 공부했다는 것이며, 여름날 엉덩이에 땀띠가 나도록 노력했다는 사실이며, 감기에 걸려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네가 자랑스럽다. 딸아, 아들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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