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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답기

[웰빙에세이]2009 꽃에서 배운 것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09.12.22 09:47|조회 : 7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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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정원엔 꽃이 피지 않는다. 꽃은 지고 사라졌다. 벌과 나비도 떠나갔다. 텅 빈 꽃밭, 찬바람이 쓸고 지나간다. 꽃이 없는 정원은 쓸쓸하다. 나는 벌써 꽃피는 봄을 기다린다. 남녁의 매화꽃 소식을 기다린다.

올해는 열심히 꽃을 찾았다. 이른 봄부터 꽃의 사계를 좇았다. 피고 지는 꽃의 삶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면서 내 안의 꽃도 조금 더 피웠다.

꽃을 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그것은 님을 만나는 것과 같다.

첫째, 무관심. 그냥 지나친다. 꽃이 눈에 띄지 않는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나와 상관없다. 꽃은 값비싼 기호품이다.

둘째, 어쩌다 한번씩 눈에 띈다. 눈에 띄면 잠깐 본다. 어떤 꽃은 예쁘고, 어떤 꽃은 별로다. 하지만 대부분 그 꽃이 그 꽃이다.

셋째, 꽃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꽃에 눈길이 간다.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 꽃과 저 꽃이 다르다. 꽃의 이름이 궁금하다. 꽃의 이름을 찾아 부른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관심의 시작이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면 그 꽃은 나에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만남이다. 꽃과 나는 마침내 관계를 맺는다. 그 많은 꽃 중에서 바로 그 꽃, 그 많은 씨앗 중에서 바로 그 씨앗, 그 넓은 자리에서 바로 그 자리, 그 씨앗이 바로 그 자리에서 피어 오늘 나와 만난다. 기적처럼. 그 꽃과 나, 두개의 기적이 드디어 만난다. 하나의 기적에 얼마나 많은 기적이 있었고, 또 하나의 기적에 또 얼마나 많은 기적이 있었던가. 두 개의 기적이 만난 두 배의 기적에 나는 놀란다.

하지만 이름은 이름일 뿐이다. 이름을 부른 다음엔 이름에 매여서는 안된다. 이름을 안다고 그 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꽃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름에 매달리면 이름에 갇힌다.

넷째, 꽃을 응시한다. 가까이 다가가 이리보고 저리본다. 아름다움을 살핀다. 한켠의 야생화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꽃의 생리, 특징, 꽃말 등을 살핀다. 꽃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진다. 꽃을 심고 기른다. 꽃에 돈을 쓴다. 꽃을 소유한다.

다섯째, 꽃을 즐긴다. 꽃은 생명의 절정이다. 그 절정에 감동한다. 절정에 이르는 순간을 숨죽이며 바라본다. 절정을 지나는 순간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꽃을 그 자체로 사랑한다. 모든 꽃은 아름답다. 이 꽃은 이래서 아름답고, 저 꽃은 저래서 아름답다. 꽃은 서로 흉내내지 않는다. 제각각 자기의 아름다움으로 어울린다. 주장하지 않고 어울린다. 같은 꽃은 없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사람도 꽃처럼 아름답다.

여섯째, 꽃과 하나가 된다. 꽃을 보면 마음 속에도 꽃이 핀다. 꽃은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그 정원에서 연꽃 한송이 피어나고, 백합 향기 날리고, 장미꽃 만발한다. 이쯤되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인도의 시인 까비르는 노래한다.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그대 몸 안에 꽃 만발한 정원이 있다'고.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 개의 꽃잎을 안고 있다'고.

꽃이 사라진 12월의 정원. 나는 그 곳에서 꽃을 그리워한다. 돌이켜 보면 꽃의 시간은 매우 빠르다. 봉오리를 맺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망울을 터트린다. 얼굴을 내밀고, 싱싱하게 피어난다. 절정에 이르고, 성숙한다. 완벽의 순간은 짧다. 금세 시들고, 지고, 스러진다. 열매를 맺고 땅으로 돌아간다. 그 땅에서 겨울을 나고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꽃의 일생은 우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꽃이 지는 것은 꽃의 죽음이다. 꽃들은 무수히 피어나고 무수히 죽는다. 이꽃이 지면, 저꽃이 핀다. 저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피리라. 그래서 꽃은 끝 없는 생명의 기운이다. 바로 그와 같이 나도 무한한 생명의 기운일 것이다.

  ☞웰빙노트

그대 안의 정원 - 까비르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그대 몸 안에 꽃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 개의 꽃잎을 안고 있다.
그 수천 개의 꽃잎 위에 가만히 앉으라.
수천 개의 꽃잎 위에 가만히 앉아서
정원 안팎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을 보라.


세상일에 휘말려서 우리 둘레에 꽃이 피는 이 가슴 벅찬 사실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놀라운 신비입니다. 우주가 지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대지는 꽃으로 웃는다'는 시구도 있습니다. 꽃의 피어남을 통해서 인간사도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가장 아름답고 맑은 요소를 얼마만큼 꽃피우고 있는가? 얼마만큼 열어 보이고 있는가? 꽃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법정,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

풀과 나무에서 나타났지만 풀과 나무보다 더 덧없고, 더 신령하고, 더 섬세한 꽃은 다른 영역에서 온 메신저, 물질적인 형상으로 나타난 세계와 형상 없는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었다. 꽃들은 인간을 기분 좋게 하는 우아한 내음을 지녔을 뿐 아니라 영적인 차원으로부터의 향기도 전해 주었다. 전통적인 것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꽃을 식물의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에크하르트 톨레,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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