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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 "어떠냐(何如)"와 "어떻게 하지(如何)?"

[정치야놀자]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기자의 '정치야놀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입력 : 2010.03.03 15:18|조회 : 8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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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 "어떠냐(何如)"와 "어떻게 하지(如何)?"
#역발산기개세(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만한 기상)로 유명한 항우는 명문가 출신이었다. 품성과 자질 면에서 한고조 유방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공격하는 성마다 초토화시켰고 그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 정도였다.

반면 유방은 애초 뒷골목의 매력적인 건달에 불과했다. 한때 술이나 마시고 여자를 희롱하며 지냈다. 크게 일어나기 전에 그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시장잡배들의 농락에도 속수무책이었던 그였다.

#항우가 잘 쓰는 말은 "어떠냐(何如)!"였다. 싸워 이길 때마다 부하들을 향해 이 말을 던졌다. 당대 최고의 전사이자 지도자임을 자부하는 표현이었다.

시골 건달 출신인 유방은 늘 부하들에게 "어떻게 하지(如何)?"를 물어봤다. 닥친 어려움에 대한 계책을 촉구하는 말이다. 머리를 빌려 달라는 요구이고 여론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다.

"어떠냐"와 "어떻게 하지"는 매우 큰 리더십의 차이로 이어진다. "어떠냐"라는 지도자의 말에 부하들은 찬사 외에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없다. 애초 의사소통을 위해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떻게 하지"는 상대방의 지혜와 능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영웅의 비슷하지만 다른 말은 결국 운명을 가르는 갈림길이었다. 항우 주변은 갈수록 쓸쓸해졌다. 훌륭한 인재들은 자기 잘난 점에 빠진 나르시스트 옆에 오래 있을 수 없다. 자칫 잠재 경쟁자로 오해라도 받게 되면 목숨조차 장담할 수 없다. 항우를 아들처럼 여겼던 당대 최고의 책사였던 범증은 항우의 이기주의라는 덫에 걸려 쫓겨난 뒤 객사하고 만다.

유방은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았다. 한나라 귀족출신으로 항우와 한때 가까웠던 장량은 물론 소하 진평 한신 등 개국공신들을 얻었다.

#리더와 부하들은 상호 보완관계를 맺는다. 리더가 사람을 뽑지만 동시에 부하들도 자신의 리더를 선택한다. '훌륭한 짐승은 나무를 택해서 보금자리를 짓고, 훌륭한 신하는 군주를 택해 섬긴다'는 말이 이를 말해준다.

리더의 자질은 바로 비전 제시능력이다. 리더와 인재들은 비전을 같이 세우고 공유한 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리더를 만난 인재들은 모든 힘을 다해 리더를 보필하기 마련이다.

#현실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는 각자 비전을 통해 계파를 응집시킨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 벌어진 '세종시 대전'은 두 리더의 가치와 비전이 충돌한 결과다.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이 뚫고 올라오면서 두 리더와 계파는 전면 충돌했다.

초기에 친박계는 이 대통령을 향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원안의 수정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데 왜 굳이 내분을 자초 하냐는 불만이었다.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수정안 추진은 정치적으로 득 될 일이 아닌데…"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원안 플러스알파'를 굳건히 고수하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집요한 수정안 추진은 미래 비전이란 가치를 향해 나아갔고, 기대에 못 미치지만 여론을 찬성 쪽으로 돌리고 있다. 반면 한국 정치사에서 드물게 두드러진 박 전 대표의 '신뢰와 약속'이란 가치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세종시 갈등을 넘어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은 비장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여당내 '가치(정책) 전쟁'을 불러일으킨 세종시 논란은 그 여파를 길게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결국 세종시 갈등 속에서 전격 회동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가치와 감정의 충돌이 두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없을 만큼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형태상 친이-친박의 갈등 속에 국민의 마음자리에 대한 배려를 찾기는 어려웠다. 표심을 인위적으로 얻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세종시 발전, 국토균형발전 나아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가치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데 양쪽 모두 현재까지는 실패했다.

세종시 대전을 넘어 두 지도자의 운명은 "어떠냐"와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 속에서 판가름 날 지도 모른다. 자신이 현재 지닌 힘에 의존하려는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두 지도자는 국민을 향해 "어떻게 할까요"라는 진심 어린 물음을 던지고, 그 속에서 신뢰를 얻는 과제를 똑같이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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