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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법정스님의 무봉탑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10.03.15 12:37|조회 :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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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시대 숙종 황제가 죽음을 앞둔 혜충 국사를 문병와서는 "만약 국사께서 세상을 떠나시면 무엇을 해드릴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혜충 국사는 생로병사를 다 끝내고 삶의 완성을 보려는 찰나여서 귀찮기는 했지만 정 그렇다면 무봉탑(無縫塔·꿰맨 흔적이 없는 돌덩어리 1개로 만든 탑)이나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황제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자꾸 묻자 국사는 나중에 자신의 제자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혜충 국사가 죽자 황제는 곧장 제자를 불러 무봉탑에 대해 물어봅니다. 그러자 제자는 "상강의 물은 남으로 흐르고, 담강의 물은 북으로 흐른다"며 알듯 말듯한 대답을 합니다.
 
이 말은 우주 천하가 다 무봉탑이고, 황금덩어리며, 빛인데 무슨 탑이 달리 필요하고, 무슨 의식이 필요하겠느냐는 뜻입니다. 낡은 육신을 그냥 갖다버리면 되지 번거로운 장례의식이 왜 필요하겠느냐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혜충 국사의 무봉탑 이야기는 선불교의 진수 '벽암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무봉탑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벽암록'의 핵심 사상은 불교의 도(道)라는 것, 진리라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게 바로 진리이고 도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뭐든 밖에서 구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벽암록'의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말한 게 없다. 뱀이 쌀 한 톨을 먹으려다 항아리 속에 빠져버린다"며 '벽암록'에 눈 멀지 말라고 경계를 보냅니다.
 
'벽암록'에서 설파한 내용들이 역으로 많은 사람을 눈 멀게 하고 진리를 오히려 어둡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진리를 깨닫는 데는 석가도 달마도 어찌할 수 없으며, 각자 스스로 갈고 닦을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 줍니다.
 
법정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가슴을 울립니다. "장례식은 하지 마라. 관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대나무 평상에 내 몸을 올리고 다비해라. 사리는 찾지 말고, 탑도 비도 세우지 마라.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스님의 당부는 계속됩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은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이상 출간하지 마라."
 
수의도 관도 준비하지 말고, 장례식도 하지 말라는 스님의 유언은 혜충 국사가 황제에게 무봉탑이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나아가 일체가 완전하니 우리 중생들도 완전하라는 당부이자 가르침이겠지요.
 
어느 집에나 한두 권씩 있는 '무소유'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등 속가의 베스트셀러 책들을 더이상 출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벽암록' 마지막 장의 "지금까지 아무것도 말한 게 없고, 책과 글이 눈알 속에 모래를 집어넣는 것과 같이 오히려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참회를 생각나게 합니다.
 
따라서 스님의 말, 스님의 글에 속지 말고 스스로를 천난만고(千難萬苦) 속에 집어넣어 자기를 바로보고, 자기를 밝히라는 엄청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진리를 깨닫게 하는 것은 석가도 달마도 못하는 일인데, 어찌 내가 해주겠냐는 스님의 토로와 고백은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삼가 법정 스님 영전에 '벽암록'에 나오는 게송(偈頌) 하나를 올립니다. 천지가 한 뿌리요, 만물과 내가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듣고 보고 깨닫고 아는 것이 다르지 않으니/ 거울에 비친 산하 거울 속에 없네/ 서리 낀 하늘에 달은 지고 밤은 깊었는데/ 찬물에 어리는 그림자, 뉘라서 나와 함께 이 밤을 지새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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