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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김연아가 마스터스에서 배워야 할것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10.04.12 12:36|조회 : 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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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최고 권위 마스터스의 중계방송을 보느라 며칠 새벽잠을 설치긴 했지만 우리의 최경주와 양용은 그리고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참 대단했다. 지난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부문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때처럼 만큼이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남자 프로골프 세계 랭킹 1위 타이거 우즈가 스캔들을 극복하고 다시 골프무대에 선 대회로 주목받았지만 한편에선 마치 한국인 선수들의 잔치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선수들이 문턱까지 갔다가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3명 모두 톱 10안에 들었으니 응원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선수 말고도 또 한 사람 아주 열심히 응원한 선수가 있다. 바로 미국의 톰 왓슨이다. 톰 왓슨은 올해 61세로 환갑을 넘긴 노장이다. 지난해 7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깝게 준우승한 바로 그 사람이다.
 
당시 톰 왓슨은 그의 연장전 패배를 마치 자신의 패배처럼 안타까워하는 관중과 취재진에게 "장례식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도리어 위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저 나중에 동료선수들이 왓슨은 대단한 선수였다고 말해주길 바랄 뿐"이라며 웃어넘겼다. 이 정도면 운동선수가 아니라 거의 성자(Saint)다.

이번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성적이 아주 좋게 나오자 왓슨은 "아직도 마스터스에 나설 수 있다는 걸 보여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들을 캐디로 내세우기도 했던 왓슨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언더파를 쳐 공동 18위로 선전했다.
 
왓슨은 미국 PGA투어에서만 메이저대회 8승을 포함, 무려 39승을 거두었다. 마스터스에서도 2차례 우승했다. 그가 영웅이고 성자인 것은 이런 우승기록 때문이 아니다. 수십 번, 무수히 많이 정상에 오른 뒤에도 자만하거나 나태해지지 않고 PGA투어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와 똑같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을 알 것이다. 달리는 동안의 절정감, 행복감을 일컫는 말이다. 반대로 '러너스 블루'(Runner's Blue)라는 말도 있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마라톤 매니아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러너 하루키는 처음으로 무려 11시간 넘게 걸려 100㎞를 완주한 뒤 한동안 후유증과 슬럼프 같은 것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달리는 것에 의욕이 사라지고, 정신적 허탈감에 빠졌을 뿐 아니라 마라톤 기록도 점점 나빠지더라는 것이다.
 
'러너스 블루'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최정상에 오른 뒤, 큰일을 이루고 난 뒤 허탈감과 슬럼프, 우울함은 흔히 겪는 일이다. 요즘 김연아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서 코치가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슬럼프가 찾아와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는 김연아의 고백은 안타깝지만 그래서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누구든 위대한 선수를 넘어 톰 왓슨처럼 영웅이 되고 성자가 되려면 '러너스 블루'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타이거 우즈의 방황과 좌절도 어쩌면 이 과정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오서 코치가 김연아가 겪는 '러너스 블루'를 가장 정확히 진단하고, 아울러 해법을 바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김연아에게 시간을 줘야 하고,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온 결정이어야 하며,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는 정답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골프와 선수의 생명력이 아주 짧은 스케이팅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는 김연아가 환갑을 넘기고서도 마스터스에서 젊은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톰 왓슨에게서 배울 것은 분명 있다.

다만 이제 갓 스물을 넘긴 김연아에게 '러너스 블루'와 톰 왓슨을 얘기하는 게 좀 심하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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