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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런 비상'인 이유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입력 : 2010.04.14 18:07|조회 : 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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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얼마가 빠져나갔나'

증권업계는 매일매일 펀드환매 규모를 체크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서 이달 들어서만 3조원에 가까운 돈이 순수하게 빠져 나갔다. 보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줄어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펀드런(Fund Run) 비상'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관련 기사를 집중 보도한 것은 이같은 현상을 짚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털 대표는 13일 머니투데이 '폰테스칼럼'에 '펀드런과 펀드환매'라는 제목의 글(☞칼럼 바로가기)을 통해 '펀드런'은 잘못된 용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를 키워온 대표적인 전문가의 입장에서 '펀드런'이라는 용어가 가뜩이나 취약한 시장심리에 자칫 돌덩이 하나를 더 얹어놓을수 있다는 우려와 시장에 대한 애정이 섞인 글이다. 폰테스칼럼의 애독자로서 김대표의 통찰력과 글의 취지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펀드런 비상'이라는 의제를 던진 주체로서 용어선택 과정의 고민과 취지를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다.(머니투데이 오프라인 신문에서는 '펀드런'이라는 제목을 쓰지 않은 것도 김대표와 비슷한 고민 때문이었다).

어제 오늘 사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하루 5000억원의 돈이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다.
전체 주식형 펀드 판매 잔고가 2월말 기준으로 122조원, 주식형 펀드 계좌수가 1354만개였다. 계좌당 평균 잔액이 900만원 남짓이고 보면, 하루에 5만5000 계좌가 돈을 뺀 셈이다.
요즘에야 전화나 인터넷으로도 펀드를 환매할 수 있어서 펀드판매 회사 앞에 줄이 늘어설 일이 없지만 옛날 같았으면 돈 빼러 달려온 투자자들이 장사진을 치고도 남을 일이니 이 정도면 '펀드런'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김대표의 지적처럼 '펀드런'이란 조어를 낳게 한 '뱅크런(Bank Run)'이라는 개념에 비춰보면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늦게 가면 돈을 못찾기 때문에 망하기 전에 은행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 '뱅크런'이다. 그런데 먼저 가나 나중에 가나 본인의 몫을 정확히 찾을 수 있는 시가평가 펀드를 대상으로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잘못된 개념이라는 게 김대표의 지적이다.

우리는 그런 엄밀한 규정에 맞는 진짜 '펀드런'이 어떤 건지를 이미 대우채 환매 사태 당시 제대로 겪어 봤다.
부실화된 대우그룹 채권이 포함된 펀드 자금을 빼기 위해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창구로 달려가면서, 망할 지경에 이른 투신사들이 환매를 중단했다.
정부가 일정기간 환매를 미루면 원금을 거의 보장해주기로 하면서야 겨우 펀드런 사태는 마무리됐다. 당시만 해도 펀드의 가치가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평가되던 때라 나중에 남은 투자자는 빈껍데기만 들고 있게 되는 게 현실이었다.

이같은 홍역끝에 이제는 시가평가제가 정착됐다. 또 주식형 펀드는 유동화가 자유롭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의미의 '펀드런'은 이론적으로는 이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수인(囚人)의 딜레마'는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시장에서 반복된다.
아무도 환매를 하지 않으면 모두가 이익이지만, 나만 먼저 환매하면 내가 가장 이익을 본다는 생각에 결국은 모두가 환매에 나서 증시를 압박하는게 펀드시장의 수인의 딜레마이다.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운용사가 보유주식의 일부를 내다팔면 포트폴리오내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게 되고, 펀드에 남아 있는 투자자의 자산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펀드 환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증시 자체가 하락하거나 상승여력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해 너도나도 환매하겠다며 달려가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다.

예금이냐 펀드냐를 떠나 돈을 찾으러 달려가게 만드는 '집단 심리'가 '뱅크런'과 '펀드런'의 공통분모이다.
'심리'는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이다.
심리가 집단화돼 이미 거대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이를 외면할게 아니라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경보를 울리는게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뱅크런이라는 말부터가 경제학적 용어가 아니라 저널리즘적 조어이다. 펀드런 대신 '펀드환매'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학자적 엄밀성'이나 '정책적 고려'로는 이해될 수는 있다. 하지만 '금융저널리즘'의 입장에서는 '펀드환매'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용어는 지금 상황에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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