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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 앉은 금융 약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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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주택대부조합(Savings & Loan) 스캔들이 터졌다. 대부조합은 서민의 돈을 받아, 서민의 내집 마련에 돈을 보태는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었다. 이 소형 금융기관이 대거 부실화 돼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배경을 조사하던 정부와 의회는 주택대부조합이 저지른 광범위한 부정행위에 경악하고 말았다. 상당수 주택대부조합들은 자신들의 부실화가 분명히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객들에게 고리(高利) 이자를 약속했지만 정작 마땅한 투자처는 찾지도 못했다. 지역 유지인 조합장들은 고객의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고 말았다. 예를 들어 한 조합장은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용 제트기를 두대나 사들였다. 정치권에 자신들의 배후세력을 심어둔 것도 특징적이었다. 상원 내의 ‘키팅 5인방’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찰스 키팅 링컨 주택대부조합 회장의 집중적 로비 대상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훗날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활약하게 될 애리조나 주의 존 메케인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조사 결과는 경제학자들을 경악시켰다. 단순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금융기관이 파산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노골적으로 예금자와 시장, 정부를 기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이란 이름을 빌려 버젓이 사기를 자행한 것이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 교수는 1993년 이 일을 두고 ‘약탈 : 수익을 위한 파산, 횡행하는 어둠의 경제’라는 논문을 썼다. 마치 불이 났을 때 물건을 약탈(looting)하는 것처럼, 위기를 이용해 수익을 챙겼다는 논지였다. 이 일 이후 금융기관의 고의적 사기에는 어김없이 약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역인 대형 투자은행들 역시 약탈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제소당했다. 자신들이 판매한 모기지, 즉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파생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잘 알면서도 고객 금융기관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팔았다는 이유에서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형 투자은행의 약탈 행위가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의 계기가 됐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금융위기 와중에서 보여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은행들의 행태를 일종의 약탈 행위로 간주한다. 그는 지난 4월23일자 <뉴욕타임즈>지에 투자은행들의 행태를 맹비난하는 ‘쇼파에 앉은 약탈자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금융기관의 고의적 사기, 즉 약탈 행위가 없었을까? 당장 몇가지 예가 떠오른다. 현재 국내 최대의 상조회사와 대부업체가 오너의 횡령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만일 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고객 돈을 챙길 목적으로 일부러 사기를 쳤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일종의 약탈 행위다. 결과적으로 약탈 행위가 된 예도 있다. 우리 증시가 이미 외환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난 후인 2000년대 들어 한 증권사와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특별한 근거 없이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전망을 흘리며 돈을 끌어들였다. 그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국민들의 애국심을 악용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주가가 상투를 쳤던 2007년 온 국민에게 주식형펀드 가입을 권했던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도 약탈의 냄새가 났다.

금융기관이 내놓은 금융상품은 워낙 모양새가 그럴 듯해서 누구도 거기서 약탈의 징후를 알아채지 못한다. 설령 이상한 낌새를 챘다고 해도 우리 경제나 사회 시스템이 그런 고의적 사기를 허용할 리가 없다고 믿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들로부터 파생상품을 사들인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그랬다. 하물며 금융지식이 빈곤한 보통 사람이야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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