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08.46 826.91 1121.10
보합 0.52 보합 4.94 ▼2.1
09/19 16:00 코스피 기준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전군 준비태세'의 전말과 '29조원'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입력 : 2010.05.26 15:42|조회 : 16029
폰트크기
기사공유
증시에서 밥을 오래 먹고 살려면 하지 말아야 할 것 네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느쪽으로 움직일지 전망하지 말라. 전망은 하더라도 시점은 이야기 마라. 시점까지 이야기했다면 지수나 가격같은 수치는 말하지 마라. 그것까지 말해버렸다면 다시는 상대방을 만나지 마라."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패닉에 빠졌던 증시가 하루만에 기력을 되찾는 걸 보면서 많은 증시의 '전문가'들이 나같은 생각을 새삼 했을 듯 하다.

불과 하루전 서풍과 북풍이 겹치면서 시가총액 29조원이 날아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발표한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가 3억달러(3600억원) 정도 될 거라고 했으니, '김정일이 100배 보복했다'는 자조적인 우스개가 나올만하다.

숙취에서 덜깬 아침처럼 전날의 패닉을 복기해보면 머리가 띵하고 어이가 없다.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간 진원지는 한 탈북자 사이트 였다.
스스로를 '탈북 지식인들'의 단체로 소개하고 있는 'NK지식인 연대'라는 단체는 24일 저녁 6시 14분 '북한당국이 주민에게 군복착용을 지시하는 등 전쟁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사이트에 띄웠다. 정보원은 '북한 내부의 통신원'이었다.

쏟아지는 유럽악재 속에 위태위태 버텨가던 증시가 정작 폭락한 것은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39분 연합뉴스가 NK지식인연대의 글을 그대로 인용, '김정일, 전군 전투태세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뒤 코스피 지수가 별다른 반등시도도 못하고 1532까지 곤두박질치는데는 두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은 더 처참했다.
'전쟁'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개미'들이 주식을 일제히 내던지고 숨을 구멍을 찾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한때 8.4%까지 폭락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불이야'라는 소리에 정신없이 서로 밀치다가 압사자사 속출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학교에서 돌아와 부모에게 "아빠, 진짜로 전쟁나는거야?"라고 묻더라는 말이 들렸다. 한 지인은 "어머님이 '전쟁나면 아파트가 무슨 소용있냐'며 집을 내놓으려고 하시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26일 들어가 본 NK지식인 연대 사이트는 '김정일이 뫼자리를 보러 백두산 지구 시찰중?'이라는 '기사'를 톱뉴스로 걸어두고 있었다.
국가보안법 8조에 회합 통신 처벌규정이 살아 있고, 남북교류협력법에도 북한주민과 회합통신을 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도록 돼 있다.
'북한 내부 통신원'을 통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동향이 시시각각으로 전달될 정도이면 이 단체는 우리 정부도 갖고 있지 못한 '핫 라인'을 통해 북한의 고위층 동향까지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이런 민간 단체의 게시판 글이 언론을 통해 '정통한 소식'인양 보도되고, 대한민국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전쟁공포가 극대화됐던게 어제의 패닉이었다.

물론 시가총액은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이고, 금융시장 패닉은 복원되기 마련이다. 어제의 패닉도 전적으로 '전군 준비태세' 운운 때문이라기보다는 천안함 발표 이후 지속된 북한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취약해진 시장심리가 반영된 것일 터이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시장이 이렇게 요동쳐도 기댈만한 중심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동안 정부는 '전쟁선포' 운운에 대한 정확하고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탈북자 단체보다 못한건지, 아니면 세간의 의혹처럼 6.2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즐기는 건지 알수 없는 일이다.
오늘 아침자 조선일보는 여전히 '(NK지식인 연대의 보도에 대해) 그런 첩보가 있어서 확인중'이라는 안보당국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단호한 대북 경제제재나 외교적 압박, 군사적 대응태세 강화 같은 조치는 정부 입장에서는 비켜갈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을 '주적'으로 재규정한다든지, 비무장지대 초소에 선전용 확성기를 다시 내다 거는 식의 '정치행위'에서는 시장이나 경제에 대한 고려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같은 여당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같은 이도 "비경제쪽에서 너무 사고를 크게 안쳤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시장을 예상하지 말라고 했지만, 가뜩이나 외풍도 거센데 안에서도 이렇게 막 나가다간 시장이 좋아질 턱이 없을 것 같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