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후 주식시장의 세가지 변화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이나 본격적인 긴축으로의 전환까지는 아니지만 초저금리 시대를 정상화시키는 '긴 여정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금리의 정상화 과정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으로 자금 이동 촉발되나 주식시장 입장에서 이번 금리인상 이후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자금 이동이다. 채권으로 쏠렸던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올 것이냐의 문제다.

초저금리 시대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 등은 그동안 채권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켜왔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채권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은행이 몇개월 전부터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이미 채권형펀드의 자금 이동은 시작된 상태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2.00%로 인하된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국내 채권펀드로 약 18조 7134억원이 순유입됐지만 5월에는 순유입액이 4145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6월에는 1조7000억원이 빠져 나갔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가 완만하게 올라가게 되면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채권 자산의 투자 매력 감소는 점진적으로 다른 자산으로 자본의 이전을 이끌 것이고 직·간접적으로 주식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곧바로 위험자산(주식)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컴백 본격화 금리인상 이후 나타날 변화 중 주식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는 외국인의 컴백 여부다. 올들어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들은 유럽 재정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5월 한달간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6월에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돌아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7월에 다시 순매도로 전환, 아직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우선 한은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의 회복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탈은 한국 시장의 매력을 부각시킬 요인이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인해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1200원선을 쉽사리 돌파하지 못하던 원달러 환율은 금리인상 소식에 1190원대로 하락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은 한국경제 회복과 양호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해외불안 요인에 따라 환율이 등락할 소지는 있으나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인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견조한 펀더멘탈을 보이는 한국 시장에 투자할 경우 주가 상승과 함께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 이후 지수가 장중 변동성 확대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외국인은 매수 강도를 높이면서 지수의 강세 반전을 이끌었다"며 "결국 금리 인상이 원화의 추가적인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종목별 변화는= 금리인상은 국내 주식시장의 업종이나 종목별 투자 매력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장세가 기업실적보다는 경기 흐름, 금리수준 등 매크로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인상은 업종별 리밸런싱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팀장은 "1차적으로는 단순하게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주를 찾기보다는 경기저점 통과시점과 금리사이클이 맞물릴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은행 등 금융주와 경기민감도가 높은 화학, 철강 소재주에 대한 비중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존 주도주인 IT, 자동차는 금리인상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절상 가능성과 2~3분기 중 실적의 고점 통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점진적인 이익실현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주의 비중을 우선 높이되 대형주 가운데서는 금융, 유통, 서비스, 인터넷 등 내수주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원화 절상 가능성으로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가 유리하지만 유럽, 미국 등의 소비를 아시아 국가들이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수출주보다는 내수주가 유망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