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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가짜 장미

장미 꽃만 피는 세상은 끔찍하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10.07.22 12:23|조회 : 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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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장미가 돼야 하는 줄 알았다. 장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미가 돼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장미가 되려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장미가 되려고 했다. 다른 꽃은 시시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장미가 되지 않았다. 장미는 역시 꽃중의 꽃이었다.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더 열심히 장미가 되려고 했다. 장미로 보이려고 했다. 장미처럼 치장하고 장미 흉내를 냈다. 나는 장미와 비슷해졌다. 장미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미 향기가 나지 않았다.

장미 꽃은 결국 피지 않았다. 나는 장미가 아니었다. 그러니 장미로 피어날 수 없었다. 장미 향기를 낼 수 없었다. 나는 마침내 내가 어떤 꽃인 줄 알았다. 그 꽃은 장미가 아니다. 백합이 아니다. 국화가 아니다. 민들레가 아니다. 그 꽃은 나만 피울 수 있는 단 하나의 꽃이다. 그러니 이름이 없다. 굳이 이름은 붙인다면 '나의 꽃'이다.

나는 머리가 희끗해져서야 내가 '나의 꽃'으로 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걸 어쩌란 말이냐. 이 심각한 지각 사태를. 나는 장미 흉내만 내며 시든 장미처럼 살다가 어느 새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것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더 늦었다면 큰 일 날 뻔했다. 내 인생은 전혀 만회할 틈도 없이 내 것이 아닌 것으로 그냥 끝나 버릴 뻔 했다.

이게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들딸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자기가 무슨 꽃인지 모른 채 무조건 장미가 되려고 날밤을 새고 있다. 장미가 못된 엄마아빠들이 장미가 아닌 아들딸들을 장미가 되라고 닦달하고 있다. 아들딸들이 시름에 겹다. 그들이 버스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책상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청춘의 봄을 날려 보내고 있다.

다들 마음 속에 장미가 들어 앉아 있으니 자기 꽃은 구석에 웅크린다. 하나같이 장미만 외치니 자기 꽃은 숨죽인다. 장미에 홀려 장미만 생각하니 자기 꽃은 길을 잃는다.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모른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른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물어보라. 아들딸에게 물어보라.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러면 이런 답이 나올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면 이런 답이 나올 것이다. "장미요!" "1등 명품 장미요."

하지만 장미 꽃만 피는 세상은 끔찍하다. 가짜 장미가 가득한 세상은 더 끔직하다. 아무리 장미 흉내를 내고 장미 향수를 뿌려도 가짜는 가짜다. 남을 속이고, 나도 속아 넘어갈 수 있지만 가짜는 결국 가짜다. 가짜로 사는 삶은 허무하다. 자기 삶이 아닌데, 자기 안에 가짜 장미만 있는데 어찌 허무하지 않을까. 자기 꽃으로 피어나야 그 삶이 충만해진다. 생생하게 살아 향기를 낼 수 있다.

어떻게 자기 꽃을 피울까.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것' 앞에 두면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먼저다. 나를 일깨워 생동하게 만드는 일이 먼저다. 나를 춤추게 하는 일이 먼저다. 그러면 자기만의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수 많은 '나의 꽃'들이 피어 아름답게 어우러질 것이다. 싱싱한'나의 꽃'들로 세상이 향기로울 것이다.

모든 걸 장미와 비교해서 차별하면 '나의 꽃'은 설 땅이 없다. 소외감과 열등감에 병든다. 나는 '나의 꽃'을 발견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나의 꽃'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만의 꽃이므로 애초부터 다른 꽃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다른 꽃을 흉내낼 필요가 없다. 차별할 필요가 없다. 경쟁할 필요가 없다. '나의 꽃'은 그냥 특별한 것이다. 남들이 뭐라하든 나의 꽃은 진짜다. 삶은 소중하다. 길지 않다. 그러니 삶을 낭비하지 말자. 남의 삶으로, 남의 목소리로, 생명없는 조화로 가득 채우지 말자.

  ☞웰빙노트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

특별한 사람,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기대는 그림의 반쪽만 보는 것입니다. 감춰진 반쪽은 끝없이 불행해질 거라는 위협,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협입니다. 바꿔서 말해봅시다. 우리는 목표나 꿈을 향해 달려온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도망쳐왔습니다. 아무것도 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달아난 것입니다. 자신이 독립적이고 무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면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성공입니다. <가이 핀리,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다 놓아버려라>

진정한 꽃이 아니라면, 진정한 달이 아니라면,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나를 통해 피거나 뜨거나 빛을 발하지 말라. <현몽, 영원보다 긴 시간>

사람들은 외부의 대상에 에너지를 낭비한다. 어떤 사람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는 많은 돈을 모으겠지만 그 와중에 그 자신은 실종된다. 그의 내면은 더 공허하고 가난해진다. 돈은 계속 쌓이는데 그는 점점 더 거지처럼 비루한 인간이 되어 간다. 어떤 사람은 정치권력을 잡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그는 수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면 깊은 곳은 여전히 거지다. 그는 나라 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오른 거지다. 어쨌거나 그는 거지다. <오쇼, 이해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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