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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나침반을 버릴수 없는 이유

경제2.0 머니투데이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 2010.08.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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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나침반을 버릴수 없는 이유
사막을 횡단해 본 여행자들이나 극점을 탐험한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저기 사방을 둘러보아도 비슷하기 때문에 나침반이나 GPS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믿고 가다보면 길을 잃거나 주위를 빙빙 돌게 되어 조난에 처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들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기 때문에 자기 감각에 의존하다가는 비행착각 현상(vertigo) 때문에 추락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조종사들은 비행 중 자신이 느끼는 방향과 계기가 나타내는 방향이 다르다면, 계기를 믿어야 한다고 훈련받는다고 한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GDP사이의 차이(산출 GDP)가 점점 줄어들어 하반기 중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하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잠재GDP는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하였을 경우에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으로 정의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통상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지 않는 생산수준을 의미한다.

만약 실제GDP가 잠재GDP 수준을 넘어선다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가속화된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높여서 경제의 과열현상을 막는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와 거의 일치한다.

이제 현실을 살펴보자. 우선 산출갭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잠재GDP(또는 잠재성장률), 실제GDP(실질성장률)를 정확하게 추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한 나라의 자본스톡, 노동공급, 물가상승률 등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들 자료가 수집되거나 추정되는데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실업률은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취업여부에 대한 기준도 느슨한 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물가상승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구매하는 품목과 비중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물가조사 방식의 개선을 권고한 바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몇 년 전까지는 기술발전을 고려하여 물가지수를 산출하였다가, 물가상승률이 과소평가된다는 비판을 받고 수정한 바 있다.

기초통계 작성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인력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고 넘어가더라도, 잠재GDP 추정에도 난관이 있다.

우선 최근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을 추세에서 빼버려야 하는지, 아니면 고려해야 하는지,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나 해야 하는지에 따라 잠재GDP는 크게 다르게 추정된다. 추정방법에 따른 괴리는 말한 것도 없다. 최근 정보에 가중치를 두는 시계열방법, 경제이론에 입각한 방법에 따라 차이가 크다.

결국 정책적인 의사결정의 토대가 되어야 할 통계와 추정치가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계기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감각만을 믿고 정책을 수행할 수는 없다. 결국 대안은 통계와 추정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는 동시에 그것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진남(지리적으로 진정한 남극)과 자남(자기장에 의한 남극)이 서로 다른 점이더라도 여행할 때 나침반을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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