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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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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전형적인 행동파였다. 사냥과 권투를 좋아하는 그는 공화당원이었다. 하지만 당내에 혁신파를 조직해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미국과 스페인 간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직접 의용군을 조직해 참전했다. 그 결과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전후에는 주지사에 당선된 후 부통령으로 발탁됐다. 그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매킨리가 암살되는 바람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의 나이 42세. 미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뭐든 몸으로 부딪쳐 가며 직접 해야 했던 그가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백악관 생활에 대해 얼마나 갑갑해 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그가 대통령직이나 백악관 생활에 대해 만든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강자의 연단’(bully pulpit)이다. 그 말은 지금도 어떤 현안이나 의제(agenda)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나 권한을 뜻한다. 이 표현이 담고 있는 뉘앙스는 두가지다. 우선 대통령직에 대한 자조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연단에 서서 설명하는 정도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역할이란 것이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대통령직의 핵심적 기능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그 나라에 필요한 공론(public opinion)을 이끌어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신조어에 두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자 했다. 그로서는 연단에 서는 일이 갑갑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핵심역할이기도 했다. 위압적인 인상을 심어주길 바랐던 그는 강자라는 의미의 bully를 wonderful 대용어쯤으로 썼다(여기에는 그가 공화당을 탈당해 만들었던 진보당의 당원들을 황소사슴·bull moose이라고 불렀던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연단에 서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한다는 것은 대통령직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리더들은 강자의 연단은 고사하고 연단 자체에 익숙치 않다. 그저 자신을 위해 마련된 축하의 자리로만 여긴다. 그 자리에서 자기 자랑이나 변명만 늘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니면 우쭐한 기분에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들을 담고야 만다. 성공한 사람의 조찬 강연에서 대통령의 경축사까지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집권 후반기 개각이 초장부터 뒤틀린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청장 후보자가 연단에서 아무렇게나 쏟아낸 발언이 발단이었다.

그런데 연단에서는 최악의 실수를 피하는 것 이상으로 최선의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고위 공직으로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 대통령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가 연단에 서서 하는 말 한마디는 곧 사회적 관심사요 의제가 된다.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비용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임기 전반에 걸쳐 나름대로의 의제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그 계획을 풀어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의제는 당연히 경제다.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안고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의 경제분야 의제 설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임기 후반기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경제 의제다. 물론 친서민 정책이라는 것이 있긴 하다.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수사도 있다. 대기업 압박이라는 드라마도 있다. 그런데 어쩐지 이 의제에서는 정치의 냄새가 난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다는 느낌도 강하다. 반면 임기 초반 고환율과 수출확대, 대규모 토목공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정책에서는 과거의 패턴이 묻어났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재발굴하고 불황의 그림자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진심이 묻어나질 않는다.

대통령을 포함해 이 정부의 숱한 강자 가운데 누군가가, 연단에 서서 진심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지금쯤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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