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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신한금융 사태의 이면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입력 : 2010.09.27 12:44|조회 : 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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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신한금융그룹 사태가 터진 직후 라응찬 회장을 밀어내려 했다는 의심을 받던 신상훈 사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호남 출신인 내가 (TK 출신인) 라 회장을 밀어내면 그 자리가 나한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미련한 게 아니겠느냐"고. 늦은 밤 집 앞까지 찾아와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푸념처럼 내뱉은 것인데 틀린 말이 아니다.
 
둘러봐도 호남 출신 은행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남 연고 지방은행을 빼면 기껏 외국계인 씨티은행의 하영구 회장 겸 행장 정도가 눈에 띈다. 지역안배를 한다며 장관은 물론 총리도 호남 출신을 발탁하지만 은행장이나 금융지주사 회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면 차기를 고민하는 라응찬 회장이 호남 출신 신상훈 사장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밀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상훈 사장에 대한 라 회장의 신뢰가 아주 두텁다 해도 은행과 지주사의 미래를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의 권력구도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설령 라 회장이 신 사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더라도 신한금융 내부의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물론 신상훈 사장 입장에서는 본인의 푸념처럼 출신지역이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반대로 호남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호남이 확실하게 지분을 행사한 전임 두 정권에서 영남 출신 라 회장을 보좌해서 오늘의 이 자리에까지 오른 점은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늘 나쁜 것 속에 좋은 게 있고, 좋은 것 속에 궂은 게 있다. 신상훈 사장이 만약 영남 출신이었다면 지금의 신한금융 사태가 과연 일어났을까.

#신한금융의 내분은 지난 4월 국회에서 대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을 제기한 게 도화선이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준 게 문제가 돼 검찰의 내사를 받은 끝에 무혐의로 종결됨으로써 어렵게 4연임에 성공한 라 회장은 이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당도 아닌, 더욱이 대구가 지역구인 여당 의원이 무슨 악연이 있어 라 회장을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졌을까. 신상훈 사장 측에서 라 회장을 흔들기 위해 실명제 위반 정보를 여당 의원에게 교묘히 흘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난 정권과 10년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라 회장에 대한 응징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당 의원 입장에서는 전임 정권에서 그렇게 잘 나갔는데, 이젠 그만두는 게 도리가 아니겠냐는 판단을 하고 라 회장을 집중 공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국에서는 은행장 하기도 어렵고, 금융지주사 회장 하기는 더 어렵다. 당장은 정치권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게 정권이 바뀌면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금융기관 CEO는 이런 정치 현실 앞에서 권력지도가 바뀔 때마다 고단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신한금융 사태를 놓고 라응찬 회장이나 신상훈 사장의 과욕을 탓할 수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행이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금융 CEO의 연임을 제한하자는 주장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현실이라면 공염불이다. 더욱이 이런 상황은 한두 사람이 나서서 바꿀 수도 없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제한돼 있고, 그때마다 권력지형이 바뀐다. 문제는 위기를 맞고 있는 신한금융이 아니다. 새 정권이 출범하는 2012년 말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우리금융에서도, 하나금융에서도, KB금융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권력에 줄서 있는 회장, 행장들은 다 어떻게 되나. '초사'의 굴원처럼 아침에는 목란에 구르는 이슬 마시고, 저녁에는 떨어지는 가을국화 꽃잎을 먹고 살 수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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