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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문문절(望聞問切)

[머니위크]청계광장

청계광장 정지천 동국대 한의대 교수 |입력 : 2010.11.22 13:03|조회 : 7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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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가을날에 정원을 산책하던 왕은 함께 있던 후궁이 갑작스런 어지럼증으로 비틀거리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황급히 처소로 옮기고 어의를 들라고 명했다. 어의는 방문 밖에 대령해 후궁의 손목에 실을 감게 하고 문틈으로 뽑아낸 실오라기를 잡고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시 후에 어의는 “전하, 숙원마마께서는 환후가 아니옵고 용종을 잉태하셨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이 장면은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사대부집의 부인들이 질병에 걸렸을 때 남자 의원을 안방으로 들여서 진맥시키지 못하기에 생기는 진풍경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당대 최고의 명의라는 어의지만 고작 한가닥의 실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파동으로만 진단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나마 임신맥은 워낙 특이한 맥상이기에 알아내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오장육부 속에 깊숙이 숨어 있는 복잡한 질병들에 의해 나타나는 미묘한 맥상들을 어떻게 감별해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한의학의 진단법이 맥진 하나뿐이 아니고 ‘망문문절’의 4가지이기 때문이다. 망진(望診)은 눈으로 병자의 얼굴과 눈의 색과 광택, 형태, 혀의 상태, 그리고 대소변과 가래를 비롯한 각종 배설물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내의원 의원들은 왕이 배설한 대소변의 형태와 색깔을 보고 냄새를 맡고 심지어는 맛을 보기도 하여 몸 상태를 파악하고 왕의 식사 메뉴를 결정했다고 한다. 문진(聞診)은 병자의 음성이나 숨소리, 기침 소리 등을 듣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사기(史記) 열전(列傳)에 나오는 명의 편작(扁鵲)이 제환공(齊桓公)을 만나서 얘기만 나누고도 질병이 있음을 알아내었던 것도 망진과 문진이 동시에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진(問診)은 병자나 보호자로부터 아픈 증상들과 그것에 연관되는 사항들을 세밀하게 질문하는 것으로 진단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절진(切診)은 세 가지인데, 맥을 짚어보는 맥진(脈診), 피부와 통증부위 등을 직접 만져보고 눌러보는 촉진(觸診) 그리고 중요 부위를 두드려보는 타진(打診)이다. 그러니 의원은 비록 문밖에 있어 환자를 쳐다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지만 아프다고 호소하는 얘기라든가 상궁들로부터 들은 정보를 종합해서 진단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진찰을 담당한 의녀(醫女)로부터 자세히 보고받아 후궁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망문문절의 사진(四診)은 한의학의 종합진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시대 왕들은 이것을 정기적으로 받았으니, ‘문안진후(問安診候)’ 혹은 ‘약방입진(藥房入診)’이라고 한다. 승정원의 업무지침서인 ‘은대조례’에 의하면 승지(한 명이 내의원의 실무 책임인 부제조를 겸하고 있었다)가 닷새마다 한 번씩 내의원 의원과 함께 입시해서 왕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도록 규정돼 있었던 것이다. 정기 진찰이 닷새에 한 번이면 한 달에 여섯 번이다.

그런데 그것이 귀찮다고 자주 빼먹고 가끔씩 진찰받았던 왕들은 30대, 혹은 40대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반면에, 기본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월 평균 11.7회나 진찰을 받았던 영조 임금은 무려 83세까지 장수했다. 어의들의 충고를 반드시 따랐기에 중국의 역대 황제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건륭황제(89세)의 예에서도 보듯이 의원의 진찰을 자주 받고 생활 지도를 잘 받아들인 제왕은 건강장수를 누렸던 것이다.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도 망문문절의 진단을 해 본다면 성공률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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