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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환상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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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국가 정보기구의 전직 수뇌부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들었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 투자가들에 대한 조사를 계획한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우리 증시를 농락한다는 정황이 농후해서였다. 그러나 결국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외국인들의 투자기법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끝내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분위기도 한몫 했을 것이다. 외환위기 후 외국자본 유치는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섣불리 그들을 건드려 외환 핍박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기를 바라는 관료들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11월11일 옵션 만기일 쇼크 당시 맨 먼저 떠오른 것이 그 수뇌부의 회고였다. 그날 코스피지수는 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장 종료 직전 쏟아진 한 유럽계 투자은행의 매도 주문 탓이었다. 아직까지 당시 주문의 정확한 주체와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도 조사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사전 신고 의무 등 규정 위반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러나 주체와 동기, 규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만일 특정한 자본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량 매매를 했다고 쳐보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3위권, 거래액 기준으로 세계 8위의 증시가 외국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면, 그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해 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단순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우리나라의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매도 주문이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11·11 쇼크는 외국자본이 한 순간 빠져나갈 경우 우리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 하에서 핫머니(투기성 단기자본)의 유출입은 신흥시장국가들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골치 아픈 나라가 될 것이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는 한번의 주문으로 1조원 이상을 현금화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만큼 유동성이 높은 나라다. 게다가 환율 변동성이 커 환차익을 올리기 쉬운 곳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과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국가다. 오히려 외국자본에 대한 찬미만 여전하다. 그렇게 된 데는 외환위기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부족으로 파산 직전까지 간 바 있다. 비록 당시보다는 덜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우리 은행들은 다시 일시적 외환 부족 사태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국 자본을 일종의 수호천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 후 미국의 금융 규제를 생각해보라. 그들은 한때 외환위기를 겪은 말레이시아가 토빈세(유입 외국자본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시키는 것을 조롱했다. 그런 조치는 외국자본 유입을 저해해 금융시장이나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비판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아예 대형은행에 대해서 세금을 매길 궁리를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높일 규제를 실천해야 한다는 방향의 논의인 것이다. 정부만이 아니다. 경제학계와 여론주도층에서도 금융위기 후 외국자본에 대한 자유방임적 사고는 현저하게 줄었다. 이 모든 것이 3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물론 우리도 외국자본 유입 은행이나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등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너무 주위의 눈치를 본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분위기를 흐릴까봐 먼저 나서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도 외국자본이 서둘러 시장을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중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개인 투자가가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하면 작전이나 부당 내부거래로 몰아붙이는 것이 금융 당국이다. 그런 그들이 외국자본만은 성역처럼 여긴다면 그건 공정한 일이 아니다. 국가 정보기구가 아니라 누구라도 나서서 조사하고, 필요한 규제를 서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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