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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스코틀랜드 '킬트'에 대한 오해

경제2.0 머니투데이 정성태 책임연구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 2010.11.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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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스코틀랜드 '킬트'에 대한 오해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는 위스키, 백파이프, 킬트(kilt)이다. 킬트는 체크무늬 옷감으로 만든 남성용 하의(치마)로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이다. 킬트의 무늬는 씨족별로 테두리선의 두께, 격자의 크기, 색상 등에 차이가 있어 킬트는 씨족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으로도 활용됐다.

그렇지만 킬트가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이 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역사가 에릭 홉스봅의 ‘만들어진 전통’에 따르면, 킬트는 19세기 초반에 등장했으며 체크무늬 옷감을 판매하려는 잉글랜드 기업가의 선전과 잉글랜드로부터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스코틀랜드 민족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되면서 상징으로 떠오르게 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2008년 이후 1930년대 대공황은 현 금융위기의 거울이자 비교대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무능력을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목한 일련의 연구를 바탕으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었고, 유효수요 부족을 강조한 케인즈의 정신을 받아들여 각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금융위기에 맞섰다.

최근 미연준의 양적완화 정책도 대공황기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고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국제무역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서 대공황이 심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보호무역이 대공황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무역의 규모가 줄어든 것은 경제규모가 줄어든 탓이지 보호무역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금본위제 이탈과 동시에 이루어진 평가절하는 대공황 극복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금본위제는 각국의 통화량 중 일정 부분을 준비자산인 금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금본위제 하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데 법률적인 제약이 있으며, 자국 금이 무역적자나 자본거래로 해외로 유출되면 통화량도 동시에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중앙은행이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제도적인 제약이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본위제의 포기는 통화정책을 ‘금본위제의 족쇄(Golden fetters)’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각국이 합법적으로 통화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평가절하는 언뜻 보면 각국의 경쟁적인 보호무역 조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었다. 그리고 금본위제를 먼저 포기한 나라일수록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빨랐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이러한 틀에서 본다면 보호무역주의, 자국이기주의로 간주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또한 연준의 통화공급 증가가 전 세계적인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화폐공급이 증가하면 그만큼 물가도 상승한다는 고전적인 화폐수량설에 기반하고 있다.

16~17세기 남미에서 대량으로 채굴된 은이 유입되면서 유럽대륙의 물가가 100년 동안 2~3배 상승하였다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통화 공급량이 일대일의 관계가 있다는 것도 경제학적으로 유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in the long-run)에서만 유효하다.

게다가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정 수준(연 12%) 이하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국가들에서는, 물가와 통화공급량(M1뿐만 아니라 M2, M3)의 관계가 장기에서도 미약하게 나타날 뿐이라고 한다. 결국 미연준의 양적완화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로 그칠 수 있다.

경제 현상과 정책을 분석하고 설명함에 있어 단순화와 추상화의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사실을 편의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칫 ‘킬트는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전통의상’과 같은 그릇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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