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92.40 690.18 1128.50
보합 4.34 보합 8.8 ▼0.7
+0.21% +1.29% -0.06%
메디슈머 배너 (7/6~)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계영계일(戒盈戒溢)

[머니위크]청계광장

폰트크기
기사공유
소설 <상도(商道)>의 주인공인 임상옥(林尙沃, 1779∼1855)에게는 ‘계영배(戒盈杯)’라는 특별한 술잔이 있었다. 술을 적당히 담으면 괜찮지만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전부 새어나가도록 만들어져 ‘잔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보물이었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다는 의기(義器)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과음을 막는다 하여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조선에서 계영배를 만든 우명옥은 광주분원에서 지 영감으로부터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왕실에 진상하게 됐다. 그러나 친구들의 질투와 꼬임으로 자만하게 되고 매일 술에 취해 방탕한 생활을 해 모든 재물을 탕진하고 만다. 그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는 스승에게 돌아와 사죄하고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물에 목욕을 하면서 1년 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도자기를 만드는데 진력함으로써 탄생한 것이 계영배다.

계영배의 바닥에는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재산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렸기에 조선 제일의 거부이자 존경받는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안 이씨 집안의 중흥조인 이석형(李石亨, 1415∼1477)의 집에는 특별한 연못이 있었다. 연못에 물이 차면 물마개를 열고 부족하면 물마개를 닫아 항상 적정량의 수위를 유지하게끔 한 것이다. 이러한 연못을 만들게 한 사람은 친구인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이었는데, 그가 보기에 이석형은 천하의 복록을 죄다 누린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족함이 없으면 넘치기 쉬운 법인지라 이를 경계하고자 그렇게 했던 것이고, 정자 이름을 ‘계일정(戒溢亭)’이라고 붙였다.

계일정은 자손이나 제자, 손님들에게 부귀영화가 넘치게 하지 말고 적정하게 억제하라는 가르침을 전하는 인생교실이 됐다. 연못의 맑은 물에 자신을 비춰 반성하고 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절해 매사를 분수에 맞게 하라는 훈계를 전했던 것이다. 이 집안의 후손들은 ‘계일(戒溢)’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름을 얻거나 먹고 입고 사는데 넘치지 않았기에 높은 벼슬자리에 수없이 올랐지만 탐관오리가 없었고, ‘청백리’도 7명이나 배출했다. 게다가 장수(長壽) 집안으로도 유명하니,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분이 이정구(李廷龜, 1564~1635)를 비롯해 무려 22명이나 된다.

이 집안 인물들이 건강하게 장수한 비결도 계일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건강도 지나쳐서 탈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식, 과음, 과색, 과로는 물론이고 과일(過逸)하는 것도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중국 수당대의 명의 손사막(孫思邈, 581~682)이 제시한 ‘십이소(十二少)’의 양생장수비법이 전해오고 있다. 모두가 공감할 내용인 생각, 염려, 일, 말, 욕심, 근심, 성냄, 싫어함을 적게 하라고(少思, 少念, 少事, 少語, 少慾, 少愁, 少怒, 少惡)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을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는 웃음, 즐김, 기쁨, 좋아함도 적게 하라고 했다(少笑, 少樂, 少喜, 少好). 이처럼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같지 못하니 재테크나 건강테크에서도 항상 ‘계영계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