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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소는 누가 키울거야?

소와 돼지를 위한 위령비를 세우고 사죄하자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11.01.27 12:32|조회 : 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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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맨 꼭대기에 선 인간. 잡식성 포식자인 인간의 개체수가 70억에 이르렀으니 지구의 숱한 생명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극심할까?

인간이야 여건만 된다면 호랑이 고기도 먹을 텐데 그게 안되니 양순한 소와 돼지가 부지기수로 자신의 몸을 고기로 바치고 있다. 호랑이 한마리가 야생에서 살려면 멧돼지 200 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인간에게 필요한 동물 먹이 량은 얼마나 될까.

오래 전 인간의 개체수가 많지 않을 때는 사냥을 했고, 조금 늘었을 때는 유목을 했다. 그러나 인구가 70억에 이른 지금은 축산 아니고는 달리 감당할 방법이 없다. 사냥일 때는 뭇 생명이 먹이사슬의 균형을 이루며 먹고 먹혔다. 이런 균형은 유목 때에 이르러 조금 깨졌을 것이다. 그래도 유목민들은 자기가 몸소 키우고 제 손으로 잡아먹는 가축에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 털과 가죽과 고기와 뼈를 아낌없이 주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축산의 단계에 와서는 이런 모럴이 완전히 깨진다. 도무지 생명이란 것은 없고 오로지 돈과 상품만 남는다.

지금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생매장 당하는 참사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재앙을 보니 도대체 인간이 소와 돼지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너무 참혹해서 차마 눈 뜨고 못 보겠다. 그렇다고 구제역에 걸린 가축들을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상태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헤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져 버렸다. 생명을 먹을거리 상품으로 대량 사육하고 도살하는 축산 시스템에 갇혀 오도가도 못 하게 됐다.

만약 인간에게 돌림병이 돈다면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방주사를 놓을 것이다. 돌림병이 지나간 다음에는 더욱 철저하게 주사를 놓아 재발을 막을 것이다. 그런데 소와 돼지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제역 주사를 맞히면 상품성이 떨어져 수출과 내수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탓에 구제역이 창궐해도 의심지역의 가축을 몰살시킬 뿐 멀쩡한 생명들에게 백신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 역시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까지 버티면서 소와 돼지를 떼로 죽이다가 도저히 답이 없자 마지막으로 백신을 맞히고 있다.

이렇게 순서가 인간의 경우와 정반대가 된 것은 소와 돼지가 먹는 상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품이라 해도 생명을 가진 동물이니 그들을 구덩이로 내몰아 파묻어 버리는데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소와 돼지를 키운 사람들이 식음을 끊고, 수의사와 공무원들은 악몽에 시달린다. "소는 누가 키울거야"가 아니라 "소는 누가 죽일거야"가 됐다. 아니 그렇게 소를 다 죽이면 정말 소는 누가 키울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축산 시스템 안에서 길을 잃은 채 고통 받고 있다. 그러니 나는 긴급히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소와 돼지를 매장한 곳마다 위령비를 세우자. 위령비 앞에서 묵념하고 사죄하자. 인디언들은 사냥할 때 먼저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사냥감을 먹을 때 용서를 구한다. 자신의 몸도 결국 대자연에 고기로 바칠 것을 약속한다. 일본 시코쿠 섬을 일주하는 1200km 순례코스인 88개의 절 중에는 가축위령탑을 세우고 그들에게 참배하는 절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와 같이 위령비를 만들어 소와 돼지의 영혼을 달래자.

둘째, 육식을 절반 이하로 줄이자. 그것 말고는 우리가 이 비극적인 구제역 재앙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고기 과소비를 줄여야만 첨단 문명시대의 그늘 속에 도사리고 있는 반생명적이고 야만적인 축산업을 고쳐 나갈 수 있다. 지역별로 친환경 목축 시스템이 자리할 공간도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미 고기 맛을 알아버려 채식주의자가 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고기를 덜 먹으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니 이것이야 말로 일거양득 아닌가.

☞웰빙노트

그 절에는 가축위령탑이라는,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석탑이 있었다. 가축이란 집짐승, 곧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말하니, 가축위령탑이란 곧 소, 돼지, 개, 말, 고양이, 닭, 염소, 오리와 같은 집짐승의 영혼을 위로하고 감사하는 탑이라는 뜻이었다. 23번 야쿠오지에는 고래를 기리는 탑이 있었고, 시코쿠에는 그 밖에도 소나 말, 물고기류, 조개류, 심지어는 벌레 공양탑까지 있다고 했다. 일본 동북 지방에는 풀과 나무에 감사는 탑도 있다고 했다. <최성현, 시코쿠를 걷다>

축산업이 변하도록 우리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 당신과 내가 소비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들은 생산하는 것을 멈출 것이다. 고기를 먹음으로써 우리도 그들과 같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숲을 파괴하고, 공기와 물을 오염시킨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우리별의 건강을 되찾아 줄 수 있다. 육식을 지금 당장 완전히 멈출 수 없다면 조금씩 줄이도록 노력해보자. 그 정도의 결정은 지금이라도 내릴 수 있으리라 본다. 한달에 열흘이나 닷새 정도 고기 없이 식사하는 다이어트를 함으로써 당신은 기적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고기 섭취량을 반으로 줄여 줄 것을 다급하게 간청한다.<틱낫한, 우리가 머무는 세상>

동물들에게는 인간이 하나의 재앙이며, 신의도 법도 없는 잔악한 살인자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이 동물들에게 가하는 고통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너 나 할 것 없이 동물들의 고통에 책임이 있으며, 우리가 동물들에게 가한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될 그날까지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인류가 지구상에서 전부 사라진다면 코끼리, 코뿔소, 고래 등 모든 동물들이 신이 나서 축제를 벌일 것입니다. <장 피에르 카르티에· 라셀 카르티에,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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