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황사타고 왔다고?" 구제역 루머와 진실

1. 구제역 황사타고 왔다? 바람으로 확산?


황당한 이야기지만 실제 인터넷에서는 구제역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타고 넘어와서 잠복해 있다가 발생했다는 글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 구제역의 잠복기가 통상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봄에 불어온 황사에 실려 있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겨울에 발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바람에 의한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방역에도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면서 바람이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은 바람에 의한 구제역 확산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다. 구제역의 전파는 크게 세가지 경로다. 질병에 걸린 동물과 접촉하거나 발생농장을 출입한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전파, 또 발병 가축의 재채기나 호흡할 때 생기는 오염된 비말이 공기, 즉 바람을 타고 이웃 농장에 전파되는 경우다. 세번째 케이스가 바람에 의한 전파이지만 검역원은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19일 이천시 2개 지역 매몰처리장과 발생농장 반경 250m, 500m, 1km 지점에서 공기를 포집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검역원의 결론은 "발생농장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인근 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지만 방역대를 벗어나는 농장까지의 전파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2. 경북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왜 경기도로 갔나

경북 안동에서 지난해 11월28일 첫 발생한 구제역은 영양, 청송, 예천, 영주, 대구, 청도, 의성, 고령, 경주 등 경북도를 휩쓸었다. 경북에 이어 구제역이 발병한 곳은 한참 멀리 떨어진 경기 양주와 연천이었다. 경남이나 충청도, 강원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경기도, 그것도 경기 북부 지역으로 전파된 셈이다. 경기도 전파는 이번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된 계기였다.

검역원의 역학조사 결과, 구제역이 처음 발병한 안동의 양돈단지에서는 구제역이 확인되기 5일 전인 11월23일에 의심신고가 접수됐었다. 당시 간이검사 결과 구제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수과원에 정밀검사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발생 이후 수과원이 검사한 결과, 이미 11월 중순경에 이 단지에 구제역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구제역이 확인되기 전인 11월17일 경기 파주에 있는 축분처리기계 개발업자가 이곳을 다녀갔었다는 점이다. 안동 양돈단지는 축분처리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시험용으로 축분을 파주의 개발업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 업자는 건조시킨 축분 시제품을 가지고 11월26일 인근 양돈단지를 다녀온 것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지역으로 구제역이 전파됐다는게 수과원의 조사 결과다.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처음 신고된게 12월14일은 경기 지역이 축분에 오염된 지 한참이 지난 후였던 셈이다.

경북에서 경남으로 전파되지 않은 이유는 경북지역은 산이 많은 지역으로 타 시도와의 인적 물적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안동지역 및 인근 시군으로만 전파됐다.

3. 구제역 방치는 쇠고기 팔려는 미국의 음모다? 초기에 백신 대응 안한 이유는?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 가축이 300만 마리에 이르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음모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게 할려는 미국의 의도에 따라 백신접종을 늦췄고 결과적으로 많은 가축을 죽게 만들었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백신접종이 늦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접종 결정이 늦었던 이유가 미국의 음모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나라의 구제역 대응 체계는 살처분 중심으로 돼 있다. 우리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도 현재 살처분 우선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발생 초기에는 구제역이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없었고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 중심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4일 가축방역협의회에서 백신접종을 처음 논의했고 12월20일 본격적으로 검토해 12월23일 가축방역협의회에서 제한적인 예방접종 실시를 결정했다. 그리고 1월13일부터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전환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구제역에 대해 '적극적인 백신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해결되고 나면 구제역 방역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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