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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사와 오바마

[마케팅톡톡]언어의 힘

황인선의 마케팅 톡톡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입력 : 2011.02.08 12:10|조회 : 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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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사와 오바마
주차장 출구를 나서는데 차량인식이 자동으로 되면서 "정기권 차량입니다" 하더니 차단봉이 슥 올라갔습니다. 순간 조금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내가 정기권으로밖에 안보이나 보다' 싶어서. 기왕 같은 말인데 "주인님 다녀오세요"하면 좀 기분이 으쓱할까 말입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미스'와 '미세스'를 합친 말 '미시'로 당시 갓 결혼한 젊은 아줌마들이 얼마나 좋아했습니까? "누가 미세스래. 나 미시야 미시." 돈 잘 버는 노처녀보다 골드미스라 하니 좀 좋아합니까? "어머, 내가 골드미스. 그럼 이름답게 돈 좀 써줘야지. 호호." 그녀들이 강남시장의 큰 손님이 되었습니다.

이게 언어의 힘입니다.

우리 기업에 회계사, 변호사는 있지만 언어사는 없습니다. 기업에 언어사를 두면 어떻겠습니까? 스토리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니 스토리실을 두고 그 안에 언어사를 2∼3명 신설하는 거죠.

언어사가 할 일 많습니다. 프로젝트명, 부서명부터 업 정의, 공간명, 기업내 스토리 관리에 상표권까지. 시대정신 정의나 세대 규정을 하는 것도 중요한 언어사의 일이죠. '개의 시대가 가고 고양이의 시대가 온다'나 '아침형 인간이 뜬다', 알파걸, 보보스 등도 다 경영·마케팅과 연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 잡기입니다.

예전에 보험아줌마라고 할 때는 좀 격이 떨어졌는데 라이프플래너라고 하니 나름 경쟁력 있는 대졸여성들의 취업지망률이 올라갔고 실제로 격도 높아졌습니다. 웅진도 그냥 정수기 관리 아줌마가 아니라 코디라고 하고 광고에서도 나름 전문적인 이미지를 풍기니 웅진에서 1만명 코디의 역할이 만만치 않습니다. 웅진은 방문판매 코디를 통해 연수기, 비데 등 사업까지 확장했습니다. 이제는 기업의 큰 자산입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약 '모닝케어리스트'라고 한다면 그 위상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케어리스트에 맞게 공부도 꽤 할 겁니다. 유니폼이 달라지고 지식이나 행위 매뉴얼도 바뀌겠죠.

위트란 회사는 리서치란 말 대신 프로서치란 말을 씁니다. 과거를 서칭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프로답게 서칭한다는 뜻이겠죠. 그 덕분인지 거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일을 곧잘 수주합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집니다. 요업학과를 유기재료학과라고 하고 무역학과를 국제경제학과로 하니 이름만 바뀐 건데도 응모율이 올라가고 학문내용도 달라보입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이란 말도 멋있잖아요. 여명이라고 하니까 대한민국의 새벽이 열리는 것 같고. 이걸 만일 '소말리아 해박(해적박멸) 작전'이라고 했으면 정말 격 떨어지죠.

기업에서 소비자와 만들어가는 스토리 만들기도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이 이런 언어의 힘에 주목하고 이를 자산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드림소사이어티, 컬처노믹스, 스토리경영, 인문경영으로 옮겨가는데 스토리실-언어사직군은 우리 모델이 될 겁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지금은 기껏해야 네이밍이나 사보제작, 홍보대행사 정도만 있습니다. 기업만 그럴까요. 지자체, 정부도 필요합니다. 현재 있는 대변인, 홍보담당 같은 전통적인 업무체계로는 하이터치, 하이콘셉트 사회를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시대를 정의하고 업의 정체성을 설정하는 언어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언어사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직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깊이 있고 신념에 찬 연설로 미국을 통합해나가는 무형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우리 대변인들과 너무 비교됩니다. 오바마가 미국 언어사입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너무 질 낮은 언어만 양산합니다. '종결자'니 '미친 존재감'이니 '굴욕'이니 하는 자극적이고 비하적이고 족보 없는 말들이 10대, 20대들 사이에 낄낄거리며 돌아다니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요? 언어의 암흑시대라고 하지 않을까요. 공유·공감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콘텐츠입니다. 좋은 피가 흘러다녀야죠.

'달빛 요정'이란 말 슬프게 아름답습니다. 착한 소비나 롤프 옌센이 말한 '힘든 재미' 이런 언어들이 우리 커뮤니케이션 혈관을 돌아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언어는 사회를 고양하는 무형자산입니다. 돈도 안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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