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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의 도그마와 침묵의 카르텔

[머니위크]청계광장

청계광장 머니위크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입력 : 2011.03.28 11:36|조회 : 1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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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과 관련해 우리 경제 관료들을 지배해온 두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금융기관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가 이런 아이디어의 본격적인 시발점이었다. 당시 경제 관료들은 공공연히 "한국에 은행은 2~3개면 충분하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33개의 은행이 19개로 줄어든 것도 당시였다.

당시의 은행 대형화 주장은 요즘 메가뱅크(mega bank)론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메가뱅크론을 주창하는 이들은 초대형 은행이 효율성 면에서 낫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덩치가 크면 규모나 범위의 경제는 물론, 종종 문제가 되곤 하는 국내 은행들끼리의 지나친 경쟁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계기로 아예 3~4개의 리딩뱅크(leading bank) 위주로 우리 금융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치 않는다. 특히 최근 메가뱅크론의 선봉장인 강만수 씨가 산은지주 회장으로 취임하며, 메가뱅크론은 몇가지 시나리오로 현실화되고 있다.

또 다른 생각은 금융기관의 이상적 지배구조에 관한 것이다. 경제 관료들은 은행 지분이 고도로 분산돼야 선진화된 지배구조라고 믿는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현재 우리 은행의 소유 구조다. 대형 은행의 대주주들은 은행 경영에 관심 없는 다수의 투자 자본들이다. 그들의 가진 지분이라야 기껏 두자릿수를 넘지 않는다. 아예 최대주주가 외국계 자본인 경우도 많다.

경제 관료, 그 가운데서도 금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이 두가지 생각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방법론을 둘러싸고 부처나 개인별로 이견을 보인 적은 많다. 하지만 두가지 생각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하거나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일종의 도그마(dogma)가 돼 버렸다. 언론이나 전문가들마저 이런 생각에 토를 달지 못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금융산업을 정부 관료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왔다. 이런 마당에 경제 관료들의 믿음에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성 없는 의견처럼 여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규모와 지배구조와 관련해 불변의 정답이란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무쌍한 금융환경에서도 금융기관이 살아남아 번성하는 것뿐이다. 당장 규모 대형화만 해도 그렇다. 1980년대 거품 경제 당시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품이 사그라지면서 초대형 은행들 또한 쭈그러들고 말았다. 그들이 규모 때문에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거나 더 효율적이었다는 근거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규모 면에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까지 갔다. 이들 금융기관의 엄청난 규모는 오히려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를 볼모로 잡았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시켰지만, 그보다 덩치가 훨씬 컸던 AIG는 구제금융을 해야 했다.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상황이었다. 은행 대형화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하에서 오히려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를 높여 놓았다.

고도로 분산된 소유와 지배구조만 해도 그렇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금융기관 전문경영인의 장기 집권 체제였다. 그들은 주주의 이해를 신경 쓸 이유도, 사외이사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게 돼 버렸다. 정치권이나 고위관료의 심기만 거스르지 않는다면 3연임, 4연임도 가능하다. 신한금융지주 사태에서 보듯 전문경영인들은 그런 목표를 위해 정치나 편가름, 극한투쟁을 일상으로 여길 정도가 돼 버렸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 관료들은 요지부동이다. 우려되는 부작용이나 폐해는 외면한 채 금융기관 대형화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밀어붙일 심산이다. 당장 무리를 거듭해가면서까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려 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도 다른 시중은행과의 짝짓기 형식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 지독한 소신에, 이기적인 이해관계까지 결부된 마당에 경제 관료가 도그마에서 벗어나길 기대하기란 어렵다. 먼저 언론과 전문가,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침묵의 카르텔부터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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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yayaya77777  | 2011.04.05 23:27

RT @gogogold75: 하나금융의 성급한 외환은행 인수 시도에 문제가 있었던 듯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 http://mtz.kr/h8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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