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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쿼바디스 노모스?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1.05.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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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경기 분당에 있는 선친의 묘소를 방문한다. 지난 일요일 분당-내곡도로를 운전하면서 속도제한이 90㎞인 구간의 1차선에서 시속 60㎞로 유유자적하게(?) 운전하는 차량을 보았다.

필자는 미국에서 12년 정도 살았는데 미국의 경우 1차선은 추월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운전자가 추월과 관계없이 1차선을 고집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추월이 필요한 운전자들은 저속차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면서 위험한 곡예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운전자들은 1차선을 고집할까. 필자의 사견으로는 운전자 입장에서 1차선에 있으면 자신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차량은 옆 차선을 이용해 자신을 추월할 것이고 자신보다 느리게 운전 중인 차량은 어차피 자신을 앞지를 수 없으므로 귀찮게 차선을 바꿀 필요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통계학에서는 분포절단(truncation)이라고 하는데 위의 예에서 보면 자신보다 느리게 운행하는 차량이 앞에 있을 확률을 낮추는 행위다. 자신이 저속으로 운전할수록 그 확률은 더욱 낮아지므로 저속운전자일수록 1차선을 선호하는 역설이 성립된다.

자신의 편익을 위해 1차선을 고집하면 그로 인해 교통혼잡이 증가해 공공의 이익에 반하게 된다. 더불어 1차선에 이런 이기적 운전자들이 몰리면서 1차선의 운행속도가 오히려 느려지게 되어 자신 역시 피해를 입는다.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경제학(economics)의 어원은 오이코스(oikos)와 노모스(nomos)의 합성어다. 오이코스는 '가정'을 뜻하며 노모스는 '관리'란 의미의 용어다. 원래 노모스는 그리스어로 목초지를 뜻하고 페리퍼리(periphery)의 하위 행정단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목초지와 타인의 목초지 경계를 침범하면 안된다는 의미에서 정립된 질서 또는 규범을 의미하게 되었다.

노모스는 후에 접미어로는 노미(nomy)가 되고 접두어로는 노옴(norm)으로 변이된다.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번역하는 '노멀'(normal)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 노모스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정의로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여겼다.

경제학에서 노모스에 접미어가 붙었다는 것은 경제주체가 최소한 타인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적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파레토최적(Pareto optimal)이라고 지칭한다. 상기한 1차선의 운전자는 타인의 이익을 침범하므로 노모스가 결여됐고 도로 위에서 파레토최적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자본시장경제를 시장만능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일부 시장참여자의 노모스 결여로 발생했다. 이에 반해 시장경제체제 하의 이상적 시장인 '완전시장'은 시장참여자의 노모스를 필요조건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이 계열사의 영업정지 전날 업무 마감시간 이후 30여명의 VIP고객을 따로 불러 164억원 규모의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더불어 대주주를 비롯한 임직원 역시 자신들의 예금을 미리 인출했다고 한다. 공적 기능이 보다 요구되는 예대기관인 저축은행의 이러한 작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노모스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경제가 2만달러의 덫에 걸린 지 7∼8년이 지났다. 그 와중에 선진국 진입의 임계치는 3만달러로 도망가 버렸다. 우리 경제가 제2의 도약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개별 경제주체의 노모스다. 이번 저축은행의 행태와 1차선에서 서행하는 운전자의 태도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쿠오바디스 노모스?"(Quo Vadis No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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