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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깨달음에 대하여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1.05.0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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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북조 시대에 혜가라는 선승이 있었습니다. 선불교의 시조인 달마대사로부터 법을 이어받은 선불교의 2대조입니다. 무릎이 빠질 만큼 눈이 내리는 겨울날 달마가 면벽수도하던 동굴 밖에서 3일을 기다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팔을 하나 잘라 바쳐서 비로소 법을 구한 이가 바로 혜가입니다.
 
혜가는 서른이 넘어 출가하기 전에 이미 유학과 노장에 밝았던 대학자였습니다. 특히 주역강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혜가에 대해 주목할 것은 그가 풍병을 앓던 3대조 승찬에게 법을 전한 뒤의 행적입니다. 혜가는 가사를 벗어던지고 대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술도 마시고 사창가를 전전하기도 하고 못하는 짓이 없었습니다.
 
당연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선종의 조사였던 당신이, 어찌하여 술집으로, 사창가로 달려가느냐"고 물었습니다. 혜가가 대답합니다. "나는 스스로 내 마음을 다스리거늘 그대는 상관하지 말아라."
 
혜가는 말년에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품팔이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저잣거리에서 법문을 강연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불교도들이 그를 모함하기 시작했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선동한 죄로 극형에 처해집니다. 혜가는 "이제야 전생에 지은 묵은 허물의 빚을 갚는다"며 묵묵히 극형을 받아들입니다. 예수의 삶이 생각납니다.
 
대중과 함께했던 혜가의 삶은 불법은 경전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사찰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세상살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선불교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한 것입니다. 한편에선 마음에 편안함을 얻는 것, 또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에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 혜가에게 달마대사는 "외부의 모든 연이 잦아들고, 마음 속 숨이 사라져 담벼락처럼 된다면 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달마로부터 안심법문을 받았음에도 혜가는 사창가를 전전하는 등 죽을 때까지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선불교의 큰 스승조차 이처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과 함께 송나라 시대의 위대한 저작으로 평가받는 영명수선사의 '종경록'에는 깨달음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10가지 기준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일체의 사물에 대해 뚜렷이 안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아도 마음이 일절 동요하지 않는다. 경전을 한 번만 펼쳐보아도 모두 이해하고, 어떤 학문에 대해 물어와도 막힘이 없다. 한 생각 한 생각이 모두 원만하고, 어떤 법에도 방해받지 않는다."
 
'종경록'은 이런 10가지 기준 가운데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선 안되며, 그렇게 한다면 이는 자신과 남을 속이는 짓이라고 말합니다.
 
'건혜'(乾慧)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논리정연하지만 직접 수행을 하지 않아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 아무 쓸모 없는 지식과 지혜를 일컫는 말입니다. 깨달음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바로 '건혜'입니다.
 
세상이 오히려 종교를 걱정하는 시절입니다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깨달음에 대해 정리를 해봤습니다. 당나라시대 동산스님의 선시를 올립니다.
 
"그를 좇아 찾으려 하지 말지니/ 나와 점점 멀어진다네/ 내가 이제 홀로 가니/ 도처에서 그를 만나리/ 그가 이제는 바로 나요/ 나는 지금 그가 아니네/ 모름지기 이렇게 이해해야 하나니/ 그래야 참 이치를 알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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