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십자가 시신' 자살 결론 내린 까닭은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발견된 김모씨가 남긴 십자가 제작 설계도와 메모. '십자가 시신' 최초 목격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 사이트에 올린 사진.

경찰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도 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채 발견된 김모씨(58)를 부검한 결과 단독 자살로 결론지었다.

국과수는 17일 "김씨는 옆구리에 난 상처로 인한 많은 출혈이 있었고 목을 매 질식했다"며 "외부에서 개입한 흔적이 없어 단독 자살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김씨의 배 부위 상처가 현장에서 발견된 칼에 의해, 또 목이나 배 등의 끈 자국과 손에 뚫린 상처 역시 현장에 있던 도구로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칼이나 끈 등 도구에서도 김씨의 DNA외에는 제3자의 개입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가 남긴 실행계획서 역시 김씨의 필적으로 확인됐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심장약에 대해서 국과수는 "다량 복용 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김씨의 몸에서는 마비나 환각 증세를 일으킬 정도의 약물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를 비롯해 유전자 및 필적 감정 결과와 주변 상황 등을 토대로 김씨의 사망을 자살로 판단하기로 했다.

김용태 경북문경경찰서 수사과장은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살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만간 검찰과 협의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일 김씨의 실행계획서대로 재연 실험을 한 결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무릎과 오른쪽 팔이 십자가에 단단히 묶이지 않고 끈이 풀려있다는 점이나 김씨의 양손이 십자가에서 3cm 정도 떨어져 있던 것도 자살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1일 경북 문경의 한 폐채석장에서 십자가 모양의 나무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이나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