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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장사꾼 마음을 바꾸는 음식계율

[그린칼럼]식품업자가 바라보는 '대만판 멜라민' 사태

그린칼럼 머니투데이 박강태 (주)화평동 대표·참식연구소장 |입력 : 2011.06.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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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장사꾼 마음을 바꾸는 음식계율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익히 들어봤음직한 기도문의 일부이다. 종교의 가장 대표적인 기도문에 양식 즉 음식을 청원하는 표현을 넣은 것이다. 가톨릭 미사의 원형이라는 '최후의 만찬'에서도 빵과 포도주가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불교에서 음식은 수행의 요체이다. 탁발과 발우공양의 계는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가 수행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인지를 웅변한다. 이슬람교에서도 음식을 예외 아니게 중시하고 있다. 율법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할랄'과 그렇지 않은 '하람'으로 구분하고 코란을 통해 교육한다.

이처럼 3대 종교가 공통적으로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계율을 정한 것은 왜일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과 자연, 인간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구도의 방법이라는 뜻이 거기 들어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각 종교가 처한 환경 속에서 공동체를 보존하기 위한 오랜 지혜를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종교뿐 아니라 인류 문명이 발달된 지역에서는 어디에서나 음식에 대한 계와 율이 작동된다. 우리 선조는 '약식동원(藥食同原)' 즉 '약과 음식은 하나'라고 봤다.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은 사람의 질병과 체질에 따라 경계해야 할 음식, 유익하게 먹는 법을 제시한다.

정치, 경제 분야에서 ‘먹는 것’은 단지 개인의 생명유지나 선호를 넘어서 동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크고 작은 가치와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어진 임금은 흉년에는 자신의 밥상에 오르는 반찬의 종류와 수를 제한했다. 경주 최부잣집은 백리 안에 굶어죽는 백성이 없게 하라고 대대손손 가르쳤다. 거상 김만덕은 큰 흉년에 사재를 털어 제주도민을 살렸다.

최근 '대만판 멜라민' 사태가 터졌다. 식약청은 지난 1일 공업용 화학물질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추출되어 문제를 일으킨 대만산 식품에 대하여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수입신고를 보류시켰다. 중국 당국도 지난 5일 DEHP이 검출된 제품과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고 해당제품의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DEHP는 원래 딱딱한 플라스틱에 유연성과 탄성을 주어 성형하기 쉽도록 하는 공업용 화학물질이다.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에 쓰는 건 불법이다. DEHP는 인체 내에 들어가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내분비계 장애물질,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위옌 등 대만의 식품첨가제 납품 업체들이 이것을 식품에 넣는 혼탁제로 사용했다. 음료·젤리 등 음식료의 내용물이 풍부하게 보이게 하려 넣는 혼탁제로는 흔히 종려나무 기름이 쓰이는데, 이들은 제조단가를 낮추려고 DEHP를 넣은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극에 달한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가 깔려 있다. 희생을 치르더라도 돈만 더 벌면 된다는 욕망이 작용했다. 육골분을 채식동물에게 먹여 야기된 광우병, 밀집사육으로 확산된 구제역 역시 그러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과연 우리는 이 끝없는 욕망의 질주를 멈출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욕망의 질주는 서서히 속도의 제한을 받게 된 것이라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다른 인간 및 생명체들과 공생하는 길을 찾으리라고 믿는다. 올해 초 온 나라를 휩쓴 구제역과 동물판 홀로코스트 이후 우리 사회에서 육식 절제나 채식에 대한 토론이 시작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지켰던 '음식계율'일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논리가 사회를 움직이는 지금의 사회에선 소비자 개개인의 자각과 실천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식품생산 조달체계 등 규칙을 정하는 정부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비자와 정부가 움직이면 시장 논리를 따르는 업자들 역시 달라질 것이다.

나 역시 식품업자의 한 명으로서 우리 소비자와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읽고 있다. 그래서 정해진 단가 내에서 이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첨가물은 빼고 더 이로운 원료를 씀으로써 소비자 마음을 얻고자 노력한다. 사회 곳곳에 음식계율을 발동하자. 시장과 장사꾼들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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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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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nwijo  | 2011.06.15 15:12

식품업자가 바라보는 '대만판 멜라민' 사태...음식계율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http://mtz.kr/iw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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