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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이건희 회장의 손가락과 달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1.06.20 12:42|조회 : 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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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월지교'(指月之敎)라는 말이 있지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현상에 집착해서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처의 말씀이 지혜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아서 만약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집착한다면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로 이 말을 씁니다. 부처의 말씀도 진리의 강을 건너기 위한 하나의 뗏목에 불과하다는 깊은 뜻이 담긴 용어이기도 합니다.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삼성 내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향응과 뇌물도 문제지만 제일 나쁜 건 상사가 부하직원을 닦달해 부정을 시키는 것이다.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해외의 잘 나가던 회사들도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연 이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사장단회의에서,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직접 설파한 내용입니다.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이 부정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대외신인도에 큰 흠결이 생길 수 있는 데도 이 회장은 왜 내부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했을까요.
 
우선은 일벌백계를 통한 기강세우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내부 위기의식 고취와 긴장감 불어넣기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또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느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포석이라는 등의 정치적 해석도 없지 않습니다.
 
나름 타당한 분석으로 생각됩니다만 이런 해석은 근본적으로는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보지 못한 측면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이건희 회장의 대노와 우려, 고민은 외견상으로는 삼성 임직원이 대상이지만 사실은 삼성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온 1주일 뒤인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앙부처 장관과 차관들을 모아놓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썩었다고 탄식했습니다. '삼성이 썩었다'는 이건희 회장의 진노와 '대한민국이 썩었다'는 대통령의 탄식은 같은 뿌리입니다.
 
이 회장의 지적처럼 삼성도, 대한민국도 조금 잘되니까, 그래서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고, 일본도 미국도 중국도 두렵지 않게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불편함이 우리를 깨어 있게 하는데 우리는 갑자기 너무 편해버린 것이죠. 그래서 인위적으로라도 조금 불편해짐으로써 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에게, 또 우리 사회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기업 경영자들과 근로자들에게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사례처럼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어도 끝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주 어렵다는 경제생태계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최고의 자리는 죽을힘을 다해 쟁취하는 것인데,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순간 기업도 나라경제도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겠지요.
 
부처가 자신의 설법을 강을 건넌 뒤에는 버려야 할 뗏목에 비유한 종교를 초월한 종교서 '금강경'에는 "무릇 모든 상(相)은 다 허망하니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안다면 여래를 보리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개인이 자신의 공부가 충분해 이제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면, 기업이 이제 글로벌 일류기업이 됐다고 자신한다면, 한 나라가 이제 세계 1등 국가가 됐다고 확신한다면 그 순간 바로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건희 회장도 이런 말을 하려 한 게 아닐까요. 이 회장이 가리킨 달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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