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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자 vs 시간부자 vs 마음부자

[웰빙에세이]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는 아니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장 |입력 : 2011.08.01 12:10|조회 : 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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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시간부자가 됐다. 나는 지금 시간이 많은 시간부자다. 해도 해도 돈 많은 부자는 못될 것 같아 아깝지만 마음을 접었다. 돈에 매달리다간 돈도 못 벌고 시간도 놓칠 것 같아 하나라도 제대로 챙기기로 했다. 나는 이제 시간부자다. 돈 없는 시간부자다.

그런데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는 아닌가 보다. 시간이 분명 많아졌는데 이상하게 한가하지 않다. 수십 년 시간에 쫓기면서 살았더니 지금도 자꾸 쫓기려 한다. 벼락부자가 됐더니 가난했을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가난했던 티를 낸다. 가진 것을 누리지 못한다. 한가한 일도 바쁘게 하려 한다. 돈돈돈 하던 사람이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도 돈 타령을 하는 것과 똑같다. 돈부자나 시간부자나 잘 들여다보면 거지같이 사는 사람이 많다.

백수가 된지 4달이 넘었다. 시간이 휙 지나갔다. 백수라고 일이 없나. 항상 일이 있다. 노는 일이건, 빈둥거리는 일이건 어영부영 하다보면 하루가 쓱 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을 채우고 보내는 방식이다. 이 일 저 일 마구잡이로 시간을 꽉꽉 채우면 쓸 데 없이 바빠진다. 허접한 것에 돈 뿌리고 지갑 털리는 것과 같다. 하찮은 일로 시간을 때우면 삶이 하찮아진다. 시간이 남아도 하는 일마다 허둥지둥 허겁지겁 하면 역시 시간이 없는 것이다. 있는 돈도 쩔쩔 매면서 쓰는 것과 같다.

그러고 보면 나의 삶이라는 것이 항상 이 일에서 저 일로 바쁘게 옮겨 다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저 사건, 이 숙제에서 저 숙제, 이 약속에서 저 약속, 이 행사에서 저 행사로 쉬지 않고 옮겨 다닌다. 나는 오늘도 이일저일로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고 돈다. 그러나 별 생각과 느낌이 없다. 무감각하다. 나는 그렇게 평생을 돌고 돌다가 결국 무덤에서 쓰러져 멈출 것이다.

삶이 기계적으로 돌아가면 깨어 있을 필요가 없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눈 감고 살아도 살아진다. 졸거나 자거나 꿈꾸거나 잠꼬대를 하며 살아도 세월은 간다.

20세기 초 '서양의 달마'라고 불렸던 조지 구제프(Gorge Gurdjieff). 스탈린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그가 러시아 등지에서 평생 가르친 것이 바로 잠든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었다. 그는 음악과 춤, 소리와 동작 등 자신만의 독특한 명상법으로 제자들을 깨우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말한다. "현대인들은 잠 속에서 살고 있으며 잠 속에서 태어나 잠 속에서 죽는다. 나의 모든 연구는 그대를 비 자동화하고, 그대에게 비 기계적인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현대인들은 깨어났을까.

일상은 돌고 돈다. 매일 똑 같아 보인다. 그러나 똑같은 것은 없다. 내 타성이 똑같이 받아들일 뿐이다. 시간은 마법과 같다. 시간의 길고 짧음, 깊고 얕음, 새로움과 진부함은 상대적이다. 그것은 모두 마음에 달렸다. 돈부자든 시간부자든 진짜 부자가 되려면 마음부자가 돼야 한다. 시간부자가 되고 보니 그것이 조금 더 잘 보인다. 나는 마침내 반쯤 눈을 떴나보다.

요즘 세상에 돈부자는 많아도 시간부자는 많지 않다. 백수는 귀한 시간이 많으니 마음부자가 되는데 결코 불리하지 않다. 시간 요리만 잘해도 마음부자가 될 수 있다. 삶이 맛있어 질 수 있다. 삶의 맛을 놓치면 그것이 시간을 놓치는 것이다. 삶을 놓치는 것이다. 시간요리를 잘하려면 시간을 사랑해야 한다. 모든 순간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부자가 곧 마음부자다.

나이가 들면 삶보다 죽음이 많아진다. 과거는 길어지고 미래는 짧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만 되씹는 이유다. 그러나 과거는 지나갔다. 그것은 죽은 것이다. 왕년 타령을 하는 사람은 지금의 삶을 죽은 과거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는 인생 2막을 열 수 없다. 자유로운 영혼은 과거가 삭아서 발효되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 1막에 졸았다면 2막에는 더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영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시간부자라고 남는 시간을 잡다한 일로 채워선 안 된다. 너무 많은 일을 만들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일과 관계 속에 매몰돼 나를 만나기 어려워진다. 차분하게 홀로 있어야 나를 대면할 수 있다. 나를 깨워야 시간도 요리하고 누릴 수 있다. '일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無事猶成事)!' 일찍이 경허 스님의 일갈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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