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해, 일본해로 표기"..정부 "결정된 것 없다"

미국이 우리의 영해인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수로기구(IHO)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아직 실무 차원의 논의 단계라며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IHO가 동해 표기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관심을 모은다.

8일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국제수로기구(IHO) 실무그룹은 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서한을 제출했다.

앞서 IHO '해양경계' 실무그룹 의장은 각국 실무그룹에 동해표기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80개 회원국이 소속된 국제수로기구는 27개 국가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이어 영국도 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에 사실상 동해를 일본해로 인정한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반영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쟁 해역의 경우 병기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여서 미국에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이번 조치가 IHO 실무그룹의 의견으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한국 정부의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IHO 실무그룹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며 "동해 표기문제는 실무그룹에서 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IHO 실무그룹의 협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IHO는 1929년과 1937년, 1953년 등 3차례에 걸쳐 바다 이름 표기 규정을 채택한 뒤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 이후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표기했다. 우리 정부가 외교력이 떨어져 동해가 우리 해역이라는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1992년 8월 정부 차원에 동해를 국제적으로 병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문지도와 서적 등에는 동해로 표기하도록 했다.

현재 IHO 실무그룹 의장은 일본해를 단독표기하되 한국의 병기입장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병기표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