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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이 전도된 현대집의 의미

[머니위크]청계광장

청계광장 머니위크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 |입력 : 2011.08.22 12:48|조회 : 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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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인간이 사는 주거공간이다. 가족의 편안한 휴식처이자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이러한 주택의 기능은 움막을 짓고 살던 고대부터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택의 본질적인 가치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의 가치는 자본과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점차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사용적인 측면에서 본 주택의 가치(사용가치)에서 다른 물품과 교환할 수 있는 상대적 가치(교환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교환가치는 주택의 사용가치에서 파생된 가치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 가치의 본말이 전도된 꼴이다.

사실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외곽지역에서 잇따른 청약률 제로현상, 수백 대 1의 강남 아파트 청약률을 단순히 청약 차별화나 양극화 현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 역시 수요자들이 자본이득에만 관심을 가지는 자산화와 스톡화의 한 증거로 봐야 할 것 같다.

순수하게 내 집을 마련한다는 실수요 시장이라면 수 백 가구 분양에, 그것도 한 분양현장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단 한명도 청약을 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약률 제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들이 ‘돈 될 만한 아파트’만 관심을 갖고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 부동산의 편식(偏食) 결과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는 확실히 ‘재테크 두뇌’가 발달된 국민 같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최근 경제신문에는 가끔 재테크 적 사고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나온다. 예컨대 ‘안전진단 D등급 판정, 서울시 00동 000아파트 재건축 청신호’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즉 집이 곧 무너져 내릴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진단받은 게 하나의 큰 희소식이 되는 이상한 나라다. 만약 ‘낡은 아파트→재건축→수익’이라는 한국의 독특한 부동산 인식이 아니라면 ‘안전진단 D등급 판정, 서울시 00동 000아파트 위험 적신호’로 표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막상 D급 판정을 받은 아파트 단지를 가보라. 아파트가 과거 산기슭의 시민아파트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 슬럼화 된 공간을 떠올리면 착각이다. 외벽은 낡았지만 엘리베이터는 아무런 이상 없이 올라가고 있고 수돗물도 잘 나온다. 당분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왜 집을 하루라도 빨리 허물려고 하는 것일까. 바로 재건축을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을 이용해 부와 스톡을 늘리려는 것, 다시 말해 교환가치 극대화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지나친 스톡화와 자산화는 주택시장이 주거공간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 수익률 게임장으로 바뀔 수 있다. 무한한 소유 욕망의 자산수요에 의해 주택가격이 제어장치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과속 상승, 부동산버블이 형성되고 무주택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자산화, 스톡화 될수록 본질적으로 불안정성이나 변동성(volatility)이 커지기 때문에 가계도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어려워진다. 또 부동산시장이 자산시장과 비 자산시장으로 분화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가속화할 뿐 만 아니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간의 계층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의 자산화와 스톡화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은 집을 많이 보유한 가계에는 부가 증가할 수 있으나 나라경제 전체로 볼 때 플러스 섬(Plus sum)이 되기 어렵다. 부동산 스톡의 증가는 산업생산을 통해 부가가치가 늘어나는 것처럼 실질적인 국부(國富) 증가가 아니라 일종의 제로섬(Zero sum)게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로 일부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이익을 챙길지는 모르지만 경제 전체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갈수록 노골화되는 자산화와 스톡화의 미래가 우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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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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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김영관  | 2011.08.23 09:22

국가가 앞장서서 투기꾼을 양성하고 있는 현실 근로소득자의 박탈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좋은기사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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