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에버랜드 매각… 순환출자 해소?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 매각에 나선다. 금융사의 제조계열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14일 삼성카드 (35,950원 ▲150 +0.42%)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관련, "내년 4월까지 매각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지난 8월26일 외국계 IB 중심으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고 조만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방식은 블록딜(대량매매), 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매각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카드의 이같은 결정은 금융회사가 관계사의 지분을 5%이상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개정된 금산분리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중 5% 초과분인 20.64%를 내년 4월까지 팔아야 한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 형태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개인 최대 주주로 에버랜드 지분(25.1%)을 갖고 있고,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 식의 순환출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주로 에버랜드 지분을 가짐에 따라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삼성카드가 이 고리에서 빠져나가면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이재용 사장 외에 이건희 회장의 또 다른 자녀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의 보폭을 넓히는 만큼 지분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과 관련해 교환사채 발행 등 여러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만큼 이 부분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연결될 수 있다.

이밖에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지난 5월 삼성전자의 삼성생명 지분(0.66%) 매각과 더불어 금융 계열사와 그룹 계열사들의 연결 고리가 엷어지는 정상화의 의미도 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위기 수습이나 사업재편 과정에 따른 합병으로 보유 지분이 생기거나 늘어난 것을 해결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당초 에버랜드를 14% 보유 중이었지만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의 합병으로 지분이 25.6%로 높아진 것이었고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을 가지고 있던 삼성광주전자와의 합병으로 삼성생명과 지분 교차 소유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한편 에버랜드의 매각가에 따라 이재용 사장이 보유한 재산 가치가 크게 현실화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주당 가액을 214만원으로 평가해두고 있고 매각에 따라 이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사장은 에버랜드 62만7000여주를 갖고 있는 만큼 에버랜드 보유 주식 가치만 1조3400억여원에 달하고 이 부분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