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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구원투수의 부재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1.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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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뉴욕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602세이브를 올리며 기록을 깨기까지 통산 세이브 기록은 전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트레버 호프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호프만의 경우 평범한 구속에도 불구하고 팜볼 그립의 변종 체인지업으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다. 9회에 그의 등판을 알리는 지옥의 벨소리(Hell's Bells)가 펫코파크에 울려 퍼지면 '트레버 타임'이라고 하면서 게임이 종료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NBA 농구에 있어서는 1990년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지밀러의 '밀러 타임'이 있다. 원래 경기종료 전 작전타임에 메인 스폰서인 밀러맥주의 광고시간을 일컫는 것이었는데 공교롭게 그 시간 무렵이 되면 밀러의 3점슛이 폭발하면서 역전을 시키다보니 중의법으로 사용되었다.

지난해 호프만이 은퇴하면서 자신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한 데는 동료의 신뢰가 밑바탕이었다고 얘기했다. 밀러 역시 최고의 클러치슈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동료들의 믿음에 '난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와 경제는 매우 비슷한 면이 많은데 경제에 있어서도 뛰어난 마무리 투수가 중요하다. 마무리 투수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흔히 강력한 무기(stuff)와 두둑한 배짱을 드는데 특히 후자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기를 꺾고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 부도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주가와 상품가격을 포함한 모든 위험자산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염려했던 환율시장 역시 요동을 치고 있다. 잊고 싶던 '리먼의 추억'이 재발한 것이다.

지난 주말 G20 재무장관 및 IMF총회가 있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원론적 수준의 공조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리스의 부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탈리아가 어떡하든 불을 진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국이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레버리지로 활용하거나 유럽중앙은행의 대출 역량을 활용해 자금을 무제한적으로 투입하자는 안을 내놓았지만 EU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소극적 태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의 주장처럼 "시간이 전략인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규에서 게임종료 시간이 임박해 3점슛 한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슛은 쏘지 않고 공을 빙빙 돌리는 상황을 보는 듯하다. 과거 같으면 미국이 IMF나 IBRD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겠으나 자국의 더블딥 위험 고조 및 44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승인에 발목이 잡히다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구제에 나설 듯 변죽만 울리고 실제로는 자국의 '돼지고기 인플레이션'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을 끌 확실한 구원투수가 없다보니 서로 등판을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문제로 돌아오면 저축은행 사태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애초에 서민금융 활성화란 명목으로 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해주고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 단초였다. 그런데 PF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저축은행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 지난해 6월이다. 이때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저축은행을 도태시켰으면 지금처럼 문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살리려다보니 하나씩 하나씩 영업정지가 되더니 급기야 이번에 7개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마치 1루에 선행주자를 둔 상태에 등판한 구원투수가 정면승부를 미루고 계속 사구를 남발해 만루상황을 만든 후 결정타를 맞은 것과 같다.

야구의 마무리 투수나 농구의 클러치슈터나 동료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금융위기는 결국 신뢰의 상실이고 이는 곧 공포를 불러온다. 루스벨트가 대공황 시절 "유일하게 공포스러운 것은 공포다"라고 경고했는데 시장은 정면승부를 통해 공포를 극복하고 위기를 헤쳐나갈 마무리 투수의 조속한 등판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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