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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호흡을 길게 할 때

폰테스 머니투데이 이상묵 삼성보험금융연구소 전무 |입력 : 2011.10.0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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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호흡을 길게 할 때
그리스가 디폴트를 낼 것인가를 놓고 시장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폴트란 채무자가 애초에 약속한 일정과 조건대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 점에서 보면 그리스는 이미 디폴트를 예정하고 있다. 그리스는 현재 주요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보유국채에 대해 원금의 21%를 감면하고 나머지도 현금이 아니라 신규 발행 국채로 지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이와 같은 채무조정은 그리스에 대한 유로안정기금의 2차 지원분을 계획하는 과정에 민간의 역할분담이라는 형태로 삽입되었다.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는 하나 이런 일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리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직도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당초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만기연장도 디폴트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신용평가회사들도 이런 채무조정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유로 지도자들의 발언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유로 지도자들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할 때는 항상 '통제되지 않은'(uncontrolled)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리스가 통제되지 않은 채무불이행(uncontrolled insolvency) 상태로 빠지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유로 지도자들은 그리스의 디폴트 자체가 아니라 통제불능의 사태로 확산되는 디폴트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리먼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세계금융시스템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게 되었다. 복잡한 파생상품의 확산, 레버리지와 상호의존성의 심화로 세계금융시스템은 작은 위기에는 강하지만 큰 위기가 닥치면 일순간에 붕괴될 수 있는 취약한 체제로 변화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일개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인한 파장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투입해야 했던 공적자금의 규모는 세계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위험성의 크기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더욱이 그리스 사태는 유로체제라는 전례가 없는 실험으로 인해 또다른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주권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공동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체제는 역사상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체제다. 그런 체제에서 회원국이 파산했을 때 어떤 파급효과가 야기될 지에 대해 시장과 정책당국 모두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경제가 전인미답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말은 이런 상태를 잘 표현한다.

그리스의 통제되지 않은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유로 지도자들은 정치적 프로세스라는 어려운 과정을 넘어야만 한다. 남의 나라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가 낸 세금이 사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국민들을 설득해야만 한다. 정치적 프로세스의 특징은 상황이 갈 데까지 가고 나서야 합의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시장은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을 수차례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권시장은 이미 그리스의 디폴트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는 액면가의 30~40%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원금의 절반은 감면할 각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식시장은 그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채권시장보다는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어떤 판단이 맞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시장을 잘 통제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길고 지루할 것이다. 정치적 프로세스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는 금융기능의 취약성으로 인해 장기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호흡을 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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