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금융위기를 먹고 큰다" - 日 닛케이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대외 의존도가 극심한 한국은 해외 금융시장의 위기 때마다 금세 혼란을 겪는다. 전이된 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규모는 최근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등 전세계가 나서 한국을 돕는다. 따라서 한국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금융위기를 통해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 이같은 논리는 바로 일본 최대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실린 칼럼의 분석이다.

무라야마 히로시 닛케이 아시아부 차장은 16일자 칼럼에서 유럽 국가채무위기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신흥국까지 전이돼 '한국 위기설'마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 두 번의 금융위기도 극복하는 등 적어도 한국이나 국제사회로선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무라야마 차장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어딘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은 반드시 위기에 말려든다. 외환보유액에 비해 대외 채무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대외 채무는 4000억 달러 수준인데 외환보유액은 3100억 달러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한번 자금 유출이 시작되면 채무 지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무라야마는 그러나 한국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극진한 지원'을 계속 제공해 위기 탈출을 도와준다고 밝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4~15위로 그리스 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커 만약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헤아릴 수 없이 영향이 확산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유럽 위기에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환율 안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차장은 이미 '한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달러 자금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008년 때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은 달러 부족에 빠졌지만 연준과 300억 달러의 단기 자금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달러를 확보했다. 또 중국이나 일본과도 비슷한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무라야마 차장은 지난 1998년 초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 한국 기자가 "일본이 한국을 지원하는 것이 일본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외화 부족을 겪고 있었는데 일본이 100억 달러의 지원을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는 총 583억 달러의 원조를 표명했고 한국은 국가 부도를 피할 수 있었다.

한국 기자의 반문은 한국 경제가 파탄이 났을 때 일본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무라야마 차장은 당시 일본 정부의 지원 표명은 일본으로의 위기 전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1998년 3월말 일본 은행들의 한국 채권 잔액은 1조2864억엔에 달했고 부품·소재 수출기업들은 한국에 채권을 갖고 있었다.

무라야마는 최근의 '미니 금융위기'에서도 사태가 심화되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얻어내 불안을 일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위기는 이번에도 최악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좋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두 번의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국제적인 지원과 함께 '원화 약세'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는 좋은 일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금융위기로 인한 원화 약세를 역이용해 전자·자동차 산업의 수출을 확대해 달러를 벌어들여 위기를 벗어났고, 거시경제의 취약함을 미시경제의 기업들을 강화해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일본 기업들이 곤경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전반은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가격 우위를 점하며 일본 기업들을 물리쳐 갔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한국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현대자동차가 구미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을 제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무라야마는 따라서 최근의 원화 약세 역시 한국의 자동차·전자 부품 업체들의 가격 주도권을 키워 일본 중소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칼럼 끝에서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로 강대화된다"며 "일본은 이 역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