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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1.10.3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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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를 빼면 얘기가 되지 않는 사람, 스티브 잡스는 살아생전 기부에는 인색했다. 1986년 잡스는 공익재단을 만들기도 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해서는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이미 있었던 회사내 자선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애플 역시 글로벌 기업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선재단이 없다. 2007년 애플은 '미국에서 가장 자선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잡스의 이 같은 태도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는 대조적이다. 잡스는 구두쇠였을까. 사회의 아픈 곳에 눈도 돌리지 않는 이기주의자였을까. 그렇지 않다. 기부도 하지 않았고, 자선사업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류사회에 기여한 공은 어떤 자선사업가도 따라갈 수 없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한국인이고, 애플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세계적인 갑부가,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기부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점령(Occuoy)'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지만 아마 수 십 번 '점령'당했을 것이다. 정치권력에 '점령'당하고, 시민단체에 '점령'당하고, 신문과 방송에 '점령'당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에 '점령'당하고 마침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잊을 만하면 적게는 수 백 억원에서 많을 땐 조 단위의 돈을 공익재단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더니 이제는 금융권 협회장들까지 나서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에 쓰겠다고 한다.

이 뿐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배려해야 한다며 이런 저런 업종에서 사업을 접고, 금융사들은 서민들을 위한다며 수수료를 인하한다. 은행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내리고, 신용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를 내린다.

어느 새 한국 기업들은 자선단체가 돼 버렸다. '상생'과 '동반성장'도 모자라 이제는 '자본주의 4.0'까지 실행하라고 하니 '점령'당하지 않으려면 자선사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스티브 잡스로 돌아가 보자. 잡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연봉 1달러에 청바지와 터틀넥 선불교 미니멀리즘 이런 것들이다. 모두 돈이나 탐욕과는 멀다. 그런 잡스가 왜 자선사업이나 기부활동에는 관심이 없었을까.

자신의 에너지를 기업 활동에만 집중시키는 게 세상을 혁신하고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을 최고로 잘 하는 것,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어떤 자선활동이나 기부행위 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건희 정몽구 회장이 조 단위의 돈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것보다 100배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지금처럼 글로벌 위기에서도 굳건하게 버티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까지 꺾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지키는 것이며, 현대차가 도요타를 넘어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 나가는 것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지금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과거의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같은 데 휘말리지 않고 많은 이익을 내는 게 수수료 내리고 조 단위의 사회공헌 자금을 내 놓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다. 금융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일이 없도록 건전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게 최고의 사회공헌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업가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금융사의 주업이 사회공헌은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어설픈 논리로 기업과 금융사에 자선이나 기부를 강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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