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소년·추격자 형사, 눈 맞추다

↑ 손진책 감독은 "지금까지의 청소년을 위한 공연은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강하거나 그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직접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장상용.

"국립어린이청소년 극단을 발족시키는 게 제 목표입니다. 어린이·청소년 연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을 해 보려 합니다."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 2일 청소년 연극 '소년이 그랬다' 제작발표회를 열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연극을 통해 우리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과 살가운 접촉을 하려한다"고 말했다.


연극 '소년이 그랬다'는 국립극단이 지난 5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세우고 내놓은 첫 작품으로, 오는 24일 국립극단 백장극장 무대에 오른다. 서울 공연 후 전국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공연으로 청소년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호주 청소년극 '더 스톤즈'(The Stones)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소년과 형사를 오가며 1인2역으로 극을 이끈다.

↑ 그날도 우린 별 이유없이 어슬렁거렸고, 심심하면 이유를 만들어 뛰기도 했다. 그냥 그랬을 뿐이었다. 형, 재미 삼아 한 방 멕일까?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어린 두 소년 '민재'와 '상식'. 이들이 장난치며 육교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던진 돌에 트럭 운전사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우발적인 장난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고, 소년들은 용의자가 되면서 난생 처음으로 심각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담당형사 '광해'와 '정도'가 수사를 맡으며 이들도 서로 간에 의견 충돌을 빚는다. 사건을 바라보는 소년과 어른들의 시각 차이를 빠른 호흡과 재치 있는 연출 감각으로 풀어냈다.

청소년들의 감성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예를들면 '두 소년 사이에 공이 있다면 이들이 무슨 대화를 할 것 같냐'와 같은 추상적이면서도 청소년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질문이 포함됐다.

남인우 연출은 "청소년들에게서 기대 이상으로 그들만의 고급스런 감각이 나와서 놀랐다"며 "그들의 실제 말투나 호흡 등을 대본에 많이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고교생이 흔히 쓰는 비속어를 대사에 과감히 사용하고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효과음을 배경음악에 쓰기도 했다.

남 연출은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청소년들은 의미 있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고민을 할까, 과연 우리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영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은 "어린이극과 성인극 사이에서 소외당했던 청소년극을 활성화해 10대들을 문화예술의 주체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며 "단순한 관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연극을 만들고자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작품은 복도식 무대로 독특함을 더했다. 객석 사이로 무대가 펼쳐져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들끼리도 서로의 시선을 관찰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와 청소년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