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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패자부활전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1.11.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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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일찍이 보기 힘든 혁명적 선거로 기억될 것 같다. 좌우이념이나 지역갈등이란 기존 재료를 넘어 세대 간의 갈등이 증폭된 정치공학의 산물이란 점에서 그렇다.

20대와 30대 청년층의 집단적 반여당정서, 더 나아가 반정치정서는 '닥치고 바꿔'라는 극단적인 표결집 행위로 표출되었다. 즉 기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분출된 결과였다. 그 대안이 기존정치보다 더 나은 대안인지에 대한 분석보다는 어쨌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일말의 기대감, 즉 하방위험은 제한되고 상방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일종의 콜옵션을 행사한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젊은이들에 그토록 큰 공분을 일으켰는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기득권의 승자독식주의에 대한 분노,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상실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분노를 부추기는 일부 편향된 세력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SNS라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공간의 파괴력에 기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들은 구심력이 되기보다는 기저에 깔려있는 젊은층의 분노에 편승하거나 가속화하는, 제한된 역할이었다고 판단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청장년 세대의 가장 큰 분노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낮았다는 좌절과 그렇다고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 같다. 작금의 청년세대는 경륜선수와도 같다. 경륜은 경사진 333.33m의 타원형인 벨로드롬을 6바퀴 정도 도는 순위게임이다. 평지와는 달라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원심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속 60km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며 따라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실수든 타인의 실수든 한번 낙차하면 복귀는 거의 불가능하다.

유치원에 입학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우리의 청년세대는 이렇게 쉴 새 없이 달려와야 했다. 부모들의 '달려라 하니'라는 공포스런 응원가를 들으며 폐부가 찢어지는 고통속에서도 낙오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건전지 광고의 로봇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더군다나 이들이 달려온 거리는 경륜처럼 단거리가 아닌 무려 17년의 시간을 요하는 장거리 경주였다. 그런데도 원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단거리식 주법을 사용해야 하는 살인적 경주인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공부는 사치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4년간 휴식기간이라도 있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또다시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스펙쌓기 경주를 한다. 그런데 그런 살인적 경주를 끝마친 후 맞이하는 현실은 또 다른 경주, 그것도 더 치열하고 긴 마라톤 경주다. 취업의 문 앞에서 이미 메이저와 마이너리그로 차별화되고 낙점에 실패한 주자는 재기의 기회가 녹녹치 않다. 낙점이 된 주자도 별반 다를 것 없다. 곧 자신 앞에 많은 선행주자들이 구리빛 철각을 뽐내며 뛰고 있는 현실에 주눅들 수밖에 없다. 아예 승부욕마저 잃을 정도의 냉혹한 게임에 또다시 던져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회에 대한 '분노의 포도'가 시큼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젊은 층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패자 부활전이다. 과거 고교야구 전성기 시절 가장 인기있는 대회가 청룡기와 봉황대기였다. 청룡기는 패자부활전이 있고 봉황대기는 예선전 없이 모든 고교가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의 최고 강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재기의 기회(second chance)를 주는 사회문화였다. 재기의 기회, 패자부활전은 한번 낙오된 주자가 다시금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페이스 조절도 하고 리스크 테이킹도 가능하게 한다. 한번 꼴지는 영원한 꼴찌라는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는 현 사회시스템 아래 청년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고 이에 편승한 도덕적 상대주의 (moral relativism)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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