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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콜'...영도자의 불룩한 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1.12.23 11:11|조회 : 18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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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기계 부품사업을 해오던 한 코스닥 회사 사장이 지난해 갑자기 회사를 팔아 버렸다. 다른 사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중에 털어놓은 이유는 '아들'때문이었다.
자신은 이제 나이 70이 다가와 체력이 달리고 예전과 같은 열정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나이 서른이 넘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받아서 쓰고만 살아온 '철부지'였다.

"주식을 팔아서 돈으로 물려주면 그 돈만 털어먹고 말겠지만, 회사를 물려주면 회사를 망하게 하고, 직원들 가정까지 파탄시킬 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준 코스닥 기업 사장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코스닥의 조그만 회사들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2세를 넘어 3세 승계과정에 접어들었다. 자식농사 잘못지어 집안 거덜난 사례를 많이들 봐 온 터라 나름대로 성장과정에서부터 반듯한 교육을 시키고, 장성한 뒤에도 회사내에서 경영수업을 쌓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회사 오너가 절대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제왕경영'이 문제가 많은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갈 때의 '대리인문제'가 더 큰지는 쉽게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좌우하고 증시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의 거대한 기업의 경영권이 단지 '혈통'에 의해 세습된다는건 국가경제로서는 적지 않은 리스크이다.
외국의 신용평가회사가 제대로 한국경제의 리스크를 판단하려면 대기업 후계자들의 자질과 건강, 심리상태까지 살펴봐야 할 법도 하다.

우리 경제와 사회는 이런 세습 리스크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큰 또 하나의 '세습리스크'에 직면했다.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가 28세의 나이에 북한을 떠안게 된 것이다.
'위대한 기업'의 첫째 조건은 제대로된 후계자를 뽑고,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2300만 인민의 운명을 자기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에게 덜렁 넘겨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자상한 아비'일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만으로 '경애하는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물론 나이가 한 인물을 판단하는 절대적 근거는 될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은 20대에 세상을 재패했고, 잔 다르크는 16세였다. 하지만 그건 '이변'에 가까운 일이다.
자주 인용되는 비유지만, 워런 버핏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자신의 아이들로만 대표팀을 꾸렸을 때 그 팀이 한 게임이라도 건질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묻는다.

월가에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시장 신뢰를 흔드는 발언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냉소적으로 빗대 '버냉키 콜(Call)'이라고 불렀다. 걸핏하면 '사망'이나 '핵실험'같은 예측불가 변수로 시장을 끌어 내렸던 '김정일 콜'은 우리에겐 '버냉키 콜'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그 김정일 콜은 마지막 '만기일'에 4%이상 한국 증시를 떨어뜨리며 최후의 위력을 과시하고 갔다.

다행히(?) 주변국 어디도 사상 유례없는 3대 세습 코미디를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고, '리더'로 인정하면서 시장은 비교적 빨리 여유를 찾았지만, '김정일 콜'은 잊혀져가던 단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시장에는 만기가 돼 시간가치가 사라진 '김정일 콜옵션' 대신 '김정은 콜'이 새로 등장한 셈이 됐다. 종목명은 바뀌었지만, 가장 큰 리스크인 '불확실성'은 그대로 '롤-오버(이월)됐다. 우리는 이제 28세 지도자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벌써부터 '영도자'의 불룩 나온 배가 염려된다.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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